물론 내가 베니를 너무 좋아하긴 하지만 앨런 튜링의 역에 베니라니…

조금 울고싶었더랬다.

튜링을 설명하는 두 가지 특징이라면 그가 천재 수학자로 영국을 세계대전에서 구했다는 것과 동성애자라는 것일텐데,

 베니가 동성애자의 모습을 연기할 수 있으려나. 

더구나 튜링의 사진을 보니 여성성향이 강한 스타일로 추정되던데… 

우리 베니 솔직히 못생겨도 너무 못생긴 외모라서.. 그런 역을 맡으면 관객이 토할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에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색상, 편집상, 음악상, 미술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이건 꼭 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거의 모든 부분에 노미네이트 되었다는 말은 무엇을 뜻하겠는가.

작품상 : 이 영화는 수작이며

감독상 : 여러모로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써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 배우들의 연기도 죽이고

각색상 : 대본도 좋더니

편집상 : 풀롯도 신선하고

음악상 : OST마저 귀에 착착 붙는 경지를 보여주는데

미술상 : 화면까지 이쁘더라. 

라는 뜻이니까. 





부지런히 씻고 영화관으로 왔다. 영화를 보고 나니 내 예상이 들어맞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재밌고 훌륭하며 감동적이기까지 한 영화였다. 간략하게 GOOD&BAD를 남기고 자야지.






좋았던 점


- 각색상에 노미네이트된 거 보면 원작이 도서로 있는 거 같은데 영화가 주는 충만감이 너무 좋아서 책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영화는 상영 내내 튜링에 대한 존경 내지 원작에 대한 존경을 내비치는데, 그런 조심스러운 접근이 좋았달까. 그런 점이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러셀크로가 연기했던 ‘뷰티풀 마인드’의 천재는 우리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인물을 구경한 느낌이라면 이미테이션 게임의 천재는 인간적으로 몰입과 존경심을 무리없이 들게 만들었다. 실화이기 때문에 손 쉬웠을 수 있지만, 그래도 이 점은 이전의 영화와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 무거운 주제이기도 해서 영화를 보고 난 후 뒷맛이 개운하지 않을까란 염려를 했다. 생각할 거리가 너무 많지 않을까, 심각하지 않을까 했는데 그런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보고나면 아무 생각없이 행복해진다. 영화의 성격도 상업영화의 룰을 잘 따르고 있어서 충분히 재밌었다.


- 베니, 우리 못생긴 오이 베니를 언급 안 할 수 없지. 영화에선 튜링이 남성스럽게 나온다. 관객들로 하여금 토하지 않게 해줘서 고마울 따름이지만, 한 편으로 그들이 여성성이 짙은 게이의 모습은 대중들에게 거부감을 일으킬 거라 판단한 것은 아닌가 싶어 씁쓸하기도 했다.


- 크리스토퍼에게 조건값을 주기로 하고 알파벳을 하나 하나 꼽는 부분에선 심장이 같이 쿵, 쿵, 그리곤 암호해독을 성공해내는 부분에서 결국 터지는 줄. 영화가 이런 걸 의도했다면 완전 성공했소이다.


- 하지만 내가 꼽는 명장면은 베니가 조깅을 하는 장면이다. 베니는 왜이리 못생기고 잘생겼을까. 카리스마 있는 장면을 연기할 땐, 천상 배우라고 생각이 들다가도 가끔 못생긴 얼굴로 조깅을 하거나 자라 목같이 삐죽 나온 고개를 천천히 돌리는 장면들을 보면 이건 배우가 아니라 그냥 못생긴 아저씨다. 문제는 바로 그 아저씨로 받아들여지는 지점에서 연기의 시너지가 포텐 터진다는 데 있다. 정말 영국의 어느 변두리에서 살고 있을 법한 괴짜아저씨가 조깅하며 울분을 토해내는데 그 마음을 알 것 같아서 마음이 무너지겠더라. 소심하며 폭력적이지 않고 논리적으로 일하고자 노력했던 주인공은 관계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한 데 모아 조깅의 근육통으로 잊는다.

이 세상은 왜이리 사람들과 협업하며 일하기 힘든가. 


- 마지막에 사과를 베어 물고 죽는 장면을 담지 않아서 오히려 좋았다. 영화의 시작 부분에 청산가리가 나오길래 복선인 줄 알았는데 과감하게 삭제라니. 영화가 ‘우린 너희가 생각하는 대로 호락호락하지 않아’라고 통쾌하게 말하는 듯 해서. 

언제나 작품에 한 방 맞을 땐 기쁘다.


- 그 외 좋았던 것들 기타 등등 등등.. 




아쉬웠던 점


- 이야기를 위해 실화를 너무 각색하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기계의 이름은 크리스토퍼가 아니었다고, 튜링이 호르몬치료를 받을 때 조안이 찾아왔다는 얘기도 허구, 암호해독과정은 무미건조하기만 했다고 하는데 극의 재미를 위해 너무 역동적으로 그린 거지. 

언제부턴가 점점 내러티브에 거부감이 느껴져서 그런가, 영화에 등장하는 조미료 같은 장면들이 신경쓰였다. 하지만 영화라는 장르의 특성상 감안해야겠지.


- 튜링이 평생 자신의 업적을 비밀로 부치며 살다가 형사 앞에서 갑자기 술술 부는 장면은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 서사구조를 위해 꼭 필요한 설정이었겠다만, 위에 언급한 대로 내가 내러티브를 점점 피하고 있어서.. 하하





이미테이션 게임 (2015)

The Imitation Game 
8.4
감독
모튼 틸덤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키이라 나이틀리, 매튜 구드, 마크 스트롱, 알렌 리치
정보
드라마, 스릴러 | 영국, 미국 | 114 분 | 2015-02-17
글쓴이 평점  




 




Posted by 오드리 byod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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