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 앉아있던 관객들부터 범상치 않았다. 

에밀리와 팝콘을 들고 자리를 잡았는데 우리 옆에선 40대 남자들 셋이서 소곤소곤 음담폐설을 나누고 있었다. -_-

혼자 왔음이 분명한 50대 아주머니가 드문드문 앉아계셨고

영화관에서 늘상 보이던 커플들은 자취를 감췄다.

추측컨데 관객들은 유명세에 걸맞는 야한 장면을 기대하는 부류이거나, 단순한 호기심에 찾은 듯했다.

아니면 나처럼 평일 공짜 티켓을 소진하기 위해 왔거나.


남주가 기가 막히다.

27세에 갑부이면서 잘생기고 몸 좋고 매너도 좋으며 모성본능도 자극하고 있는데 잠자리 스킬도 끝내주며 미지의 세계로 여자를 안내한다. 누가봐도 로맨스의 끝판왕이면서 말버릇처럼 "난 로맨스는 싫어해"라고 언행불일치를 일삼는다.

여자를 경비행기에 태우고 벤쿠버의 야경을 감상케 해주고는

"난 로맨스는 싫어해"

노트북이 고장났다는 여주의 말을 귀담아 듣고는 여주에게 노트북을 안기며

"난 로맨스는 싫어해"

스포츠카를 선물해주며

"난 로맨스는 싫어해"

늦은 밤, 홀로 피아노를 치며 여주에게 아련열매를 먹이면서

"난 로맨스는 싫어해"

뭐든지 다 해주고 온갖 로맨스는 다 하고 다니면서 

"난 로맨스는 싫어해"

여주는 그런 남주를 사랑하지만 남주가 로맨스를 싫어하는 인물이므로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관계를 이어나간다.


이 쯤에서 이 영화를 정의할 수 있었다.

영화는 '로맨스를 싫어한다는 젊고 잘생긴 갑부가 주인공인 로맨스 영화'이다.

이런 내용에 아줌마들이 이렇게 열광하다니... 아줌마들 실망이오 ㅜㅜ


새삼 성인물의 대단함을 느낀다.

이런 엉성한 내용이 전세계 베스트셀러가 되고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 영화로도 만들어질 수 있는 이유.

오로지 성인물이어서 가능한 기적이다.

기적체험은 한 번으로 족하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2015)

Fifty Shades of Grey 
7.2
감독
샘 테일러-존슨
출연
제이미 도넌, 다코타 존슨, 제니퍼 엘, 일로이즈 멈포드, 빅터 라수크
정보
드라마, 로맨스/멜로 | 미국 | 125 분 | 2015-02-25
글쓴이 평점  



Posted by 오드리 byod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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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 근데 기대만큼 화끈한가요? 그게 궁금하네요 ㅎㅎㅎ

    2015.03.02 05:3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어 근데 기대만큼 화끈한가요? 그게 궁금하네요 ㅎㅎㅎ

    2015.03.02 05:3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완전 공감이요 ㅋㅋㅋ 잘 웃고 갑니당

    2015.04.21 09:3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