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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2.18 [음식사전] 3. 홍시
집 안/음식사전2014.12.18 17:40




시골에는 감나무가 많다. 그 많은 감나무들은 하나같이 우람하게 크고 높아서 대게 집안의 담장을 훌쩍 뛰어 넘어 있기 일쑤인데, 그 중에서도 유난히 감나무가 큰 집은 동네에서 '감나무 집'이라는 호칭을 부여받았다. 감 나무집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노라면 큰 나무 덕분에 상대적으로 집이 야트막해 보이고 소박한 지붕 위로는 늦가을의 파란 하늘이 시리게 펼쳐진다. 감 나무을 보려면 하늘을 봐야하니 집의 전경에 하늘을 포함시킬 수 밖에 없다. 서양 미술시간에 가장 안정적인 구도라고 배운 삼각구도와  한국 미술시간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평가받는 여백의 미가 동시에 감나무 집의 전경에 적용된다. 단지 커다란 감나무 한 그루를 가진 집일 뿐인데 참 평화로워 보인다.


겨울이 되면 까치의 몫으로 감 몇개만 남기고 모두 수확한다. 완전히 익은 감은 물러서 수확하는 도중에 터지기 때문에 덜 익은 채로 딴 후 곶감과 홍시로 만든다. 덜 익은 감은 매우 떫은데 실온에 두면 자연히 떫은 맛이 사라지고 부드럽고 달콤한 과육이 된다. 이러한 후숙성의 과정을 거치기 위해 겨울엔 집 안 곳곳에 감이 굴러다니게 되는 광경이 흔했는데, 그런 정겨운 광경이 이젠 시골에 국한된 것이라는 생각에 조금 서글프다.


그래서인지 큰어머니 댁에서 본 투박한 접시에 아무렇게 담겨있는 감들이 반갑다.

그러고보니 외할머니 댁에도 큰 감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어린시절의 나는 얼른 먹고 싶어서 며칠을 참지 못하고 급하게 입에 넣었다가 떫어서 뱉기를 반복했다.

감이 있는 줄도 모르고 툇마루에 앉았다가 엉덩이에 질척한 감이 으깨졌던 기억도

누렇게 빛바래고 들뜬 벽지에 걸린 큰 숫자의 달력 위에 마른가지 채로 걸려있던 땡감들도 생각난다.


감 하나 봤을 뿐인데

꼭 돌아가신 할머니를 만난 듯이 마음이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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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드리 byod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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