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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1.04 [도서] 메이드인 공장 (2)
집 안/서재2015.01.04 23:53



소설가 김중혁의 입체적인 공장 산책기,

라는 부재가 붙은,

부재 그대로 그가 공장을 둘러보며 쓴 글이다.

그림도 많고, 반면에 글씨는 별로 없으며, 여백은 많은 책이다. 더구나 공장별로 챕터가 나누어져 있어서 독서에 집중을 요하지 않는다. 그저 생각날 때마다 공장 하나 하나를 섭렵해가면 된다. 


나는 이 책을 밥 먹으며 한 공장씩 읽었고

TV시청을 하며 한 공장을 읽었고

여행지에 가서 잠들기 전에 모든 공장을 마저 읽었다.


그가 다녀온 공장 목록은 보면


종이 공장

콘돔 공장

브래지어 공장

간장 공장

가방 공장

지구본 공장

초콜릿 공장

도자기 공장

엘피판 공장

악기 공장

대장간 공장

화장품 공장

맥주 공장

라면 공장


이렇게 14종의 공장이다.


나 또한 물건이 공장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며, 물건을 만드는 기계와 사람들을 구경하고 싶은 욕망이 컸었다. 그런 생각을 하게된 계기는 어쩐지 밤에 눈을 감으면 낮 동안 내가 즐겨 사용했던 필기구들이 책상 위에서 기지개를 켤 것만 같고, 커피를 마셨던 머그컵들은 몸에 긴장을 풀고 한숨을 내쉴 것만 같았던 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은 사물에도 의인화를 하는 버릇이 들자 곧 그들을 인격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곧 물건의 입장에서 역지사지(易地思之)를 해보게 되었고 그리되자 내 삶이 성찰될까 말까하는 지경까지 가게 된 것이다. 

나같은 조무래기 반백수도 이런 지경인데 생각의 깊이가 남다른 작가는 어떠하겠는가. 더구나 위트가이 김중혁작가의 글이다. 이건 무조건 사야해! 그가 공장을 다니며 툭툭 건내는 철학적 깊이에 빠져들겠어. 냉콤 샀다.



읽으면서 알게 된 건데, 내가 좋아하는 팔로미노윙을 중혁작가도 좋아하고 있었다. 언뜻 언뜻 작가의 취향이 보이는데,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아서 개거품물고 하악 거리며 읽었다.


그러나, 내용은 좀 실망스럽다.

공장 산책기, 라기 보다는 공장 취재기, 에 가깝고 좀 더 솔직하게 말해보자면

공장 취재기, 라기 보다는 상품 광고기, 가 맞지 않나 싶을 정도로 

고도로 잘 포장된 광고덩어리이다.


지구본 공장에서는 바뀐 지도를 업데이트 하는 기술을 설명하면서 그 업체의 노하우라고 은근히 밝힌다. 

초콜릿 공장에서는 초콜릿 활성화를 위해 8월 8일을 블룸데이로 지정하자고 주장하기도 하고,

도자기 공장에서는 엄격한 품질관리를 위해 폐기된 도자기의 장면이 꼭 들어간다. 하긴 엄격한 품질관리 부분은 어느 공장이나 모두 마찬가지다. 간장공장도 화장품공장도 내용의 절반 이상이 물건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는 공장 직원들의 얘기니까. 

정말로 뜨악했던 공장은 맥주 공장었다. 중혁작가는 우리나라의 맥주를 맛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것도 유럽여행 때 먹어본 맥주와 비교해가면서. 

아 작가는 정말 이 글을 쓰면서 물품을 광고해주기로 작정했나싶어 기가 막혔다. 아니 독일 맥주를 먹어본 사람이 이런 말을 하니 ㅋㅋㅋ

또 뭐라더라, 편의점 앞에서 가맥을 즐기는 우리네 어르신들이, 광광버스 안에서 춤추는 우리 어르신들이 에일맥주 먹는 건 상상이 안 간다고 하는 대목도 있었는데 좀 성질도 난다. 그러지 마라. 우리 어르신들도 맛난 거 먹을 권리 있다. 우리 노동자들고 일 끝내고 맛있는 맥주 먹을 권리 있다. 애초부터 거지같은 맥주에 입맛을 버려놔서 이 지경 된 거 아니냐. 지금이라도 맛난 맥주 사 드시면 된다.

뭐 기억에 나는 대목들은 많지만 굳이 짜증나는 장면을 몇 개 꼽아본 것이 이정도 이고

대부분은 뭐 그냥

공장에 놀러가서 사람 만나서 인터뷰하고 소회를 간단하게 적은 글이라 보면 된다.




아까 언급했다시피 책에는 그림이 많다.

꽤 감각적인 일러스트들이 많이 삽입되어 있는데

오 세상에

중혁작가가 직접 그린 것이라네.

그러고 보니 일러스트 중간 중간에 'hyuk'이라고 사인된 것을 보니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그림도 잘 그리는 능력자였다니

역시 앉아서 꼬물딱 대는 거 좋아하는 사람들은 

글도 잘 쓰고 그림도 잘 그리는 건가

그렇다면 나도 

그림을 좀 그려볼까

불끈

마음 속에 한 줄기 힘이 솟는다.


그러나 책 내용은 좀 실망 ㅋㅋㅋ


사람들이 중혁작가 글 좋다고 하던데 나는 아직 모르겠다.

다른 책으로 매력을 좀 더 탐닉해볼 요량으로 사 두고 아직 읽지는 않고 있는

펭귄뉴스부터 시작해볼 참이다. 그래도 좀 마음에 남았던 구절은 옮겨 놓긔~


일단 머리속에 뭔가 떠오르면 종이에다 적고, 종이에 적은 걸 고쳐가면서 생각을 발전시키는 과정을 오랫동안 거쳐온 사람으로서, 종이가 없는 삶은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다. 종이를 낭비하면서 생각을 발전시킬 것인가, 생각을 낭비하면서 종이를 절약할 것인가. 딜레마다.
종이공장

어른이 되어서 된장찌개를 먹고 있으니 된장찌개가 아니라 시간을 먹고 있다는 생각이 든단다.어쩌면 모든 식사란 시간을 먹는 일인지도 모르지. 그 음식을 만든 사람의 시간, 그 음식의 재료가 익어 온 시간, 그런 시간을 먹는 일인지도 모르지.
간장공장

공장 문을 열었는데 일도 없고 돈도 못 벌면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기술력이 일취월장 합니다.
엘피판공장

쇼핑이란 선택의 기로에서 망설이는 일이며, 후회를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일이며, 과연 이 물건을 사는 일이 합당한지 수십 수백 번 되새심질하는 일이다.
휴대용 스피커 쇼핑




메이드 인 공장

저자
김중혁 지음
출판사
한겨레출판사 | 2014-09-19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나라는 존재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산으로 만들어진 조립품” 소설...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Posted by 오드리 byod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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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둥둥 제가 처음 본 김중혁 작가님 책은 악기들의 도서관이었는데 당시에는 무척 신선!한 느낌이었어용. 그다음으로 김중혁 작가님을 접한건 2012년 연말이었나 가을방학 공연에서 게스트로 나오셨었죠 ㅎㅎ 그때 무슨 상을 받으신 작품 <요요>의 일부를 읽으시면서 당선작 모음집을 사지 말고 나중에 자기 단편선 나오면 그걸로 사라고 하시던 작가님의 모습이 아련히...

    2015.01.06 15: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역시 위트가이다운 말씀이네요. ㅎㅎ 전 중혁작가가 빨간책방에서 김연수작가 얘기할 때가 그렇게 좋더라고요 ㅎㅎ

      2015.01.06 23:34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