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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2.12 미생의 그녀가 읽던 책, 스물아홉 생일, 죽기로 결심했다
집 안/서재2014.12.12 03:36


미생을 한참 재미지게 보고 있었다. 안영이가 책상에 앉아 한숨을 쉬고는 무심코 책을 집어드는 장면이 등장한다. 나는 반가움에 그만 '어!?'하는 소리를 낸다. 그녀는 책의 내용을 나지막히 읽어내려가기 시작한다. 내게 익숙한 문단들이 차분히 나레이션으로 들려온다. 그 책의 이름은 <스물아홉 생일, 죽기로 결심했다>이다.  



우선 책의 제목이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들어봄직한 느낌이다.

파울료 코엘료의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와 최승자 시인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완전 티나게 합성해 놓은 듯한 이 제목은 우선 너무 길고 호기심을 일으키게 하지 않는다. 호기심이 일지 않았던 이유는 어쩌면 내가 29살을 오래 전에 지나왔기 때문일 수도 있고, 책에서 뿜고 있는 어딘가의 유치함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구입한 이유는 사실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그날 유난히 돈을 더 쓰고 싶었거나, 이 책을 파는 부스가 정리중이길래 얼른 집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 책은 하야마 아마리라는 일본 여성작가의 작품이며 그녀는 현재 얼굴 없는 작가로 베일에 쌓여있다. 왜 숨어서 글을 썼을까 하고 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 책은 아마리작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작가가 29살 때 겪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저술되었다. 그런데 그 실화가 조금 충격적인 면이 없지 않다. 이해를 돕기 위해 책의 초반에 소개해 놓은 내용을 조금 옮겨본다.


이 책의 내용은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되었으며, 작가 아마리의 스물아홉 생일로부터 1년간을 다루고 있다. 파견사원, 실연, 아버지의 병, 못생기고 뚱뚱한 외톨이…… 너무도 절망적인 상황에서 스스로 1년의 시한부 인생을 선고하게 된 아마리. ‘1년 후, 라스베이거스에서 최고의 순간을 맛본 후 서른이 되는 날 죽는다’라고 결심한 그녀는, 돈을 벌기 위해 파견사원과 호스티스, 누드모델을 병행하며 죽을힘을 다해 질주한다.


그렇다. 작가는 우선 자신의 삻을 포기하려 했고,

파견사원, 못 생기고 뚱뚱했던 부끄러운 과거가 있고,

호스티스(접대부)로 일한 이력이 있다.

현재 작가가 전문직으로 종사하고 있다면 이 같은 과거를 숨기려 했던 이유가 설명된다.




드라마 미생에서 안영이가 마부장앞에 가서 자신의 아이템을 버리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자리로 돌아와 회한을 느끼며 읽었던 부분은 이러하다.

 

그렇게 땀을 뻘뻘 흘리는 동안 고행 같았던 두 시간이 모두 끝났다. 대기실로 돌아와 옷을 입을 때까지 내 몸은 와들와들 떨리고 있었다. 팔이 뒤로 돌아가지 않아 속옷 후크를 잠글 수 없을 정도였다.

'세상에 만만한 일을 없구나'

p.98 

사실 위의 내용은 작가가 돈을 벌기위해 누드모델에 처음 도전한 날의 에피소드이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하면 될 줄 알았던 누드모델이 사실은 엄청난 근력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라는 것을 알고 '세상에 만만한 일은 없다'며 읊조리는 장면인 것이다. 이 장면에 안영이가 감정이입을 하다니, 좀 생뚱맞은 감은 없지 않다만, 안영이... 너도 살아남기 위해 많이 힘들구나 ㅜㅜ


이제 대략적인 책 소개와 미생의 썰도 풀었으니 대충 책을 보겠다.




책장을 넘기면 십년 전 유행했던 다이어리에나 삽입됐을 법한 이미지들이 나온다. 이러한 이머지들은 책과 하등의 상관이 없어서 의아하지만,그래도 마음이 편해진다. 안심하고 가볍게 읽을 책이라는 느낌이 팍 준달까? 넓직하게 떨어트린 자간, 시원하게 키운 폰트 크기, 자잘하게 나눠놓은 에피소드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책은 고민없이 단 몇 시간만에 쉽게 읽을 수 있음을. 



프롤로그 부분,

마지막 문장을 보면 책의 의도를 대놓고 밝히고 있다.

 

한국에도 취업난이 심각해 많은 젊은이들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들었다. 내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그들에게 힘이 된다면 행복하겠다.

p.13

즉, 이책은 취업이다, 잉여다, 힘들어하는 청년들을 위한 값 싼 위로서이다. 작가 본인의 특이한 상황 극복담이기도 하며, 필연적으로 청춘의 자아 찾기같은 살짝 맥빠지는 이야기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 위로가 누군가에겐 힘든 하루를 버틸 수 있는 연료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자명하다.

좀 더 명확히 하기 위해서 또 또 또 드라마 미생의 장면을 빌려온다. (이거슨 책 소개인지 드라마 소개인지)

오차장이 젊은 세대에게 대책 없는 희망, 무책임한 위로가 무슨 소용이냐고  선차장에게 공허하게 말하는 장면이 있다. 선차장은 그 말에 대책없는 희망이 절실한 사람이 있다고 대답한다. 실패가 뻔히 보이는 현실이지만 마냥 가만히 죽을 수 없는 우리들에게 때론 희망과 위로는 얼마나 절실했던가. 조금의 빛만 보아도 부나방처럼 달려드는 이 시대의 젊은이가 이 책에 달려들 수 있는 접점은 많기도 많다.

이제부터 엄청난 스포이지만, 그래도 주인공의 궤적을 따라가보자.

 

그녀는 파트타임 비정규직이며 살이 찌고 못생겼다.

아무리 일을 해도 월세조차 내기 힘들다.

죽기로 결심한다.

별별 일을 다 하며 죽기 위한 돈을 모은다.

그 과정에서 새 삶을 찾고, 결국 살기로 한다.

남들이 모두 부러워 하는 직장에 입사한다.

 

오그리 토그리의 전형적인 스토리이다. 하지만 한 페이지 가득한 공감의 정서가 있고, 위로가 가득하다.

그 공감과 위로의 문장들을 옮기며 이 리뷰를 마치겠다. 지금 당신, 힘들다면 읽어도 좋을 책이다.

 

기업 측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우린 경력자를 원합니다"

대체 경력이란 어디서 어떻게 쌓아야 한단 말인가? 파견처의 기업명은 이력서에도 쓰지 못한다. 자격증을 따고 싶지만 그럴 만한 자금도 시간도 없었다.

p.22

 

황금연휴니 여름휴가니 세상 사람들 모두가 고대하는 휴가도 내게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어디론가 떠날 돈도 없을 뿐더러, 휴가 동안엔 급여도 나오지 않는다. 결국 온 세상이 여행이다 뭐다 들떠 있는 동안에도 나는 마냥 집에 틀어박혀 지낼 수밖에 없었다.

p.23

 

나에게 죄가 있다면 그건 아마 '하고 싶은 게 없다'는 죄일 것이다.

p.28

 

인생의 정점까지 가는 동안 나의 신조처럼 지키고 싶은 한마디를 적었다.

'기적을 바란다면 발가락부터 움직여 보자'

p.62

 

외톨이는 사람들로부터 소외됐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 무대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외톨이인 것이다.

p.86

 

"뭐든 그렇겠지만 일류니 고급이니 하는 말은 늘 조심해야 해. 본질을 꿰뚫기가 어려워지거든. 출세니 성공이니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만의 잣대를 갖는 거라고 생각해."

p.122

 

나는 사람들한테는 '가르쳐 주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래서 '무지'가 의외로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p.133

 

주어진 일을 모두 완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분'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게 그녀의 노동철학이었다.

p. 149

 

"너희들 몇 살이라고 했지? 스물 아홉? 서른? 요즘 여자애들은 서른만 넘으면 나이 들었다고 한숨을 푹푹 쉰다며? 웃기지 말라고 해. 인생은 더럽게 길어. 꽤 살았구나, 해도 아직 한참 남은게 인생이야."

p.156

 

옷만 제대로 입어 줘도 마음의 자세가 엄청나게 달라진다는 그 분명한 진실을 이제 나는 알고 있다.

p.197

 

해보기 전엔 절대로 알 수 없는 것. 그리고 '사람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p.230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저자
하야마 아마리 지음
출판사
예담 | 2012-07-20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스물아홉 생일로부터 1년간의 치열한 기록 파견사원으로 일하던 아...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Posted by 오드리 byod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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