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서재2014. 11. 28. 13:00



제7일

저자
위화 지음
출판사
푸른숲 | 2013-08-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세계가 사랑한 작가 중국 최고 이야기꾼의 귀환! [허삼관 매혈기...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또 인재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먼 훗날 2014년을 회상한다면 저는 '죽음'이라는 키워드로 시작하게 될 것 같습니다. 올 초에 대학생들이 강당에 모여 변을 당하지 않나, 수학여행을 가던 아이들이 단체로 수몰되질 않나, 그리고 얼마 전 판교에서도 참변이 났죠. 젊은이들이 믿고 따랐던 마왕도 떠났고, 늘 웃음을 머금었던 아름다운 여배우도 떠났습니다.

착찹한 마음으로 책장을 보다가 눈에 들어오는 책이 있어서 소개하려고 합니다. 위화의 <제 7일>입니다.




 

책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주인공 양진뱌오가 죽은 후 자신이 살아 생전에 사랑했지만 끝까지 함께할 수 없었던 사람들을 만나는 이야기입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꼬박 7일간의 이야기이며,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것과 관련된 과거의 사건들이 이 책의 주요 골자입니다. 결국 7일간의 사후세계라고 볼 수 있죠.


사실 작가가 전하는 사후세계에 대한 상상력은 빈약하기만 합니다. 우리가 모르는 판타지의 영역이라 하여 신비롭고 새로운 것을 기대하셨다면 이 책은 무용지물입니다. 그러나 사후세계에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것과는 다른 법도와 질서가 있습니다. 그 세계를 읽고 있다보면 죽음과도 같이 막막한 이 세상에 약간의 허무한 희망이 다가옵니다. 노력해서 얻어지는 성질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서러운 죽음이 조금은 희석될 만큼의 가치는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은 새벽 안개와도 닮았습니다. 잡을 수도 없지만 피할 수도 없죠. 자신도 모르게 주위를 감싸며 축축한 습기에 젖게 하지만, 무섭다기 보다는 평온한 느낌을 갖게 해줍니다.



첫 장을 넘겨봅니다.



살아간다는 것의 빛나는 감동을 가장 극진하게 그리는 작가

위화를 소개함에 있어 이보다 와닿는 문장이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한국인에게 특히 유명한 그의 전작 <허삼관 매혈기>를 책임지고 펴낸 출판사의 진심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위화가 그린 인물들은 철학적으로 빼어난 생각을 하거나, 위대한 행동을 하는 인물이 아닙니다. 그저 시간에 순응하며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 시간 앞에 사랑도 욕심도 길게 머무르지 못하고 덧없이 사라집니다. 그러나 그 담담한 필체 안에서 조용히 생성되고 소멸하는 인생은 감동스럽습니다. 그것은 위화가 인생을 '극진하게'그려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아직까지 제가 기술한 내용들은 이 책에 대한 공감각적인 감상에 불과합니다. 당연히 위에 열거한 몽환적인 느낌도 받으시겠지만 더불어 날카로운 시대의 비판이 가득한 책으로도 유명하니까요. 오죽하면 이 책이 처음 출간될 때 언론에서는 중국의 현 시대의 문제점을 잘 드러내는 소설이라 평가하며 광고를 했겠습니까. 그러나 읽으면 읽을 수록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입니다.

한 권을 통털어 모두 대한민국의 문제점을 옮겨놓은 듯 하지만 짧은 문장만 이곳에 필사하겠습니다. 이 간단한 문장 안에 시위대 과잉 진압, 언론 조작, 자본주의에서 비롯된 안전 불감증 사회가 얽혀있어요. 당시 언론은 중국이랑 대한민국의 나라 꼴이 같이 돌아간다는 말은 차마  하기 부끄러워서 그저 중국의 문제점이라고 국한지어 홍보 했을까요. 작품을 읽어봤다면 단박에 눈치챘을텐데.. 조금은 우습기도 한 대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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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내용 필사입니다.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사복경찰을 투입해 시위대의 행동을 조작하는 부분이죠. (사후세계가 아닌 현실세계의 모습입니다.)


 시청 앞 광장으로 돌아와 보니 어느새 2, 3 천 명으로 늘어난 사람들이 현수막을 내걸고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중략)

그때 승합차 한 대가 내 옆으로 다가와 서더니 안에서 일고 여덟명이 뛰어 내렸다. 웃옷 주머니가 불룩한 게 돌이 한가득 들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도로를 막고있는 경찰에게 다가가 바지 주머니에서 증명서를 꺼내 보여준 다음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건들 건들 걷다가 이내 가볍게 뛰어 시청 앞 계단으로 가서는 소리 치기 시작했다.

"시청을 부숴 버리자!"

그러더니 주머니에서 돌을 꺼내 시청 문과 창문을 향해 던졌다. 유리가 박살나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경찰이 사방 팔방에서 광장으로 물밀 듯 들어가 시위대를 몰아 내기 시작했다. 광장은 아수라장이되고 시위대는 뿔뿔이 흩어졌다. 경찰에 맞서는 사람은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그런데 시청 문과 창문을 깬 일고 여덟 명은 그대로 달려 나와 내 앞에 서 있던 경찰 두명에게 고개를 까딱 한 뒤 승합차에 올라 타는 것이었다.

(중략)

마침 텔레비전에서 오후에 있었던 시위 사건을 보도하고 있었다. 얼마 안되는 사람들이 시청 광장에 모여 소란을 피우다가 시청을 훼손하고 실상을 모르는 군중을 선동하여 경찰이 이에 따라 공공 안전 위해 죄 혐의로 열 아홉명을 구속하였으며 이미 사태가 진정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중략)

옆 탁자에서 술을 마시던 남자가 큰 소리로 외쳤다.

"여기요, 채널 좀 바꿔줘요."

종업원이 리모컨을 가져와 채널을 돌리자 대변인이 사라지고 축구 경기가 화면을 메웠다.

남자가 고개를 돌려 내게 말했다.

"저들이 하는 말은 문장부호도 믿지 않아요."

P37, 38


이건 싱크홀에 관한 내용입니다.

그날 밤 우리 도시에서 땅이 내려 앉았다. 한밤중에 병원에서 야근하던 의사와 간호사, 환자들이 우르릉하는 소리를 들었고 인근 주민들도 들었다. 모두 지진 인 줄 알고 부리나케 뛰쳐 나왔다가 영안실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 그 갑작스러운 구덩이 때문에 사람들은 두려움에 휩싸였다.

(중략)

두려움이 하루 밤낮을 지배하다가 천천히 사그라 들었다. 시 정부에서 구덩이의 직경이 30 미터, 깊이가 15 미터이며 지하수를 과도하게 뽑아내는 바람에 지질 구조에 빈 공간이 생기면서 함몰 된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질 환경 검사원 다섯 명이 줄을 타고 구덩이 아래로 내려 갔다가 한 시간여 뒤에 줄에 매달려 올라왔다. 그들은 벽면과 지붕 일곱 군데에 균열이있을뿐 영안실 건물이 원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P147, 148



그럼에도 불구하고입니다.

제 스스로 정의내리기를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세상에서 아름답게 살다가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 입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살아있는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살아있는 자의 몫은 어디까지인가, 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인생과 더불어 죽음의 아픔에 대해 어쩔 수 없이 생각해야 할 때 읽으시면 더 없이 좋을 책입니다. 저 역시 지극히 추천드립니다.

 

 

 

 

 

Posted by 오드리 byod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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