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그림일기2013. 8. 19. 17:17

 

 

 

반 지층 우리집(자취생인데.. '우리'라는 말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 아무튼) 현관옆에는 오래된 동굴 같은 것이 있는데, 그곳은 오랫동안 환기도 안되고 빛도 없어서, 심한 곰팡이 냄새와 기분 나쁜 습기가 언제나 머물러 있다.

문제는 이 곳의 곰팡이 냄새가 우리집 현관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서 현관문 앞에서는 늘 곰팡이 냄새를 맡게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언제나, 늘, 애써 눈 감아왔던 가난의 냄새라고 여기고 있다. 그것이 곧 폐에 흡착되고, 옷에 흡수되는 순간 순간, 어느새 나도 모르게 가난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다.

이 중심에 서는 순간이 되면 나는 나의 위치에 대해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 생활 3년 차, 나름 열심히 살았는데 이토록 퀘퀘한 곰팡이 냄새가 내가 그토록 바라던 삶이었나? 나의 꿈은 가능성이 있는 것인가? 지금 나의 삶은 온당한가?

가난의 냄새는 너무나 묵직해서 나를 늘 초라하게 만든다.

앞으로도 나는 집을 나설 때, 귀가할 때, 잠시 물건을 사러 나갈 때, 고스란히 나의 가난의 냄새를 확인할 것이다.

 

그리고는 곧 다시 꿈을 꾸겠지. 열심히 살아내겠지.

다시 현관앞에 서기 전까진.

 

Posted by 오드리 byod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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