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밖/마실2015. 1. 10. 18:27


얼마 전에 남편이랑 소소하게 다녀온 겨울여행기를 남기자.

지리산 나마스떼에서 하룻밤을 묵고 담양으로 넘어가서 또 하루를 자고 왔다. 

총 2박 3일의 춥고 즐거웠던 시간들.

빨리 기록으로 정리해두고 컴퓨터에 널브러져 있는 사진들은 지울 거다.

경험상 폴더에 묵혀있는 jpg파일은 컴퓨터 포멧하기 전까지는 안 열어보더라.

그나마 이런 행위라도 있어야 여행의 기억이 오래 보존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으니까.


나마스떼.

둘레길 3코스의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쉼터이자 민박집.

산길을 지나가는 지친 사람들에서 음료와 쉼터를 제공하고 재워주던 것을 시작으로 이제는 아예 명소가 되어버린 곳(이라고 혼자 주장하는 바)이다. 나는 늘 여름에 갔는데 갈 적마다 오도재에 올라 쏟아지는 별을 보고, 평상에 누워 또 별을 보고, 일어나 앉아 맥주 한 캔 들이키며 또 별을 본다.

이곳을 다닌 지 햇수로 몇 년인지 세어보는 것은 귀찮으니 집어치우고

처음엔 구남친과 함께 왔었고,

그 다음엔 헤어지고 솔로가 되어 왔다가

새로운 구남친을 만나 몇 번 더 오고

그 구남친을 현남편으로 만들어 결혼한 몸으로 이번에 다시 왔으니

이곳은 나에게 일종의 역사와도 같은 곳이 되버렸구느아.

결혼 하고 처음 방문하는 것이라 어쩐지 한복입고 와야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더라.

스스로는 이곳을 제 2의 가족이라 생각하고 있는

그만큼 애정하는 곳이다.



겨울에 이곳을 온 적은 처음인데 너무 춥다.

도착하자마자 뜨뜻하게 불을 지핀 방으로 기어들어가서

남편에서 술을 맥인다.

서울에서 이 먼데까지 운전해오느라 힘들었던 남편은 금세 골아떨어지고

나는 책을 편다.

남편이 잠이 들었으니 나는 안심하고 책을 볼 수 있다.

스님들은 일어나서 하루를 준비할 이른 새벽에

나는 기어코 책을 다 읽어내고 잠이 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이 깊은 산중의 새벽 공기를 맡아보고 싶지만

밖에 들리는 바람소리로 짐작하건데

문만 열어도 귀가 떨어질 것 같은 추위가 엄습하겠지.

뜨듯한 방 바닥에 몸을 지지며 기꺼이 내 몸을 서서히 익혀간다. 

잠이 들어간다.언뜻 바람 소리 들리는 듯 하다.

 


언제나 그리운 나마스떼 할머니 밥상이다.

정갈한 지리산 나물밥상, 한 입 먹어보면 기억 난다. 

간이 참 싱거웠었지.

눈꼽 하나 떼지 않고 받은 밥상에서 그제야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잘 지내셨나요.

이번 여행은 어떠셨어요.

겨울의 지리산은 처음이네요.

할머니 어디 편찮으신 데는 없으세요.

한 상 거하게 먹고 커피를 마시며 노닥거리는데 주인장이 쥐어준 책 한권.

지리산에 귀농 온 여성 작가들의 글을 모아서 책을 냈다고 한다.



지글스

지리산에서 글 쓰는 여자들이라는 뜻이다.

그녀들은 꿈도 야무지다.

글을 써서 먹고 살아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단다.

도시에서였다면 웃기지 마라, 코웃음을 쳐 주었을 텐데

지리산에선 그러고 싶지 않다.

그곳은 삭막한 도시와는 다른 세계가 아니겠는가.

조용히 응원한다.


읽어보니 과연

온통 산 내음 가득한 문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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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 앉아서 밖을 보면 보이는 지리산

늘 그리웠던 풍경, 늘 오고 싶었던 공간

도도도 숄 하나 두르고 얼른 밖으로 나가본다.




찰칵 찰칵 찰칵

춥지만 참을 쑤 이쒀

난 갠찮아 난 갠찮아.








맥주 안주 좀 구입하려고 마트에 왔다.

마트에는 곶감과 약재와 말린 나물들이 있었지.

왜 이름이 마트인 것인가.

이렇게 소비자를 우롱해도 되는 것인가.









유기농으로 재배한 제품을 파는 실상사 입구의 느티나무 매장

유기농 빵과 비타민의 보고 감잎차를 구입해서 나왔다.



맥주 안주로 제격인 애기 곶감도 한 두름 구입하고


나마스떼 아저씨가 강추했던 한약방에 들러 비염에 좋다는 약재와 정향을 구입했다.

나는 여행을 온 것인가 쇼핑을 온 것인가.








서둘러 담양으로 넘어가자.

해가 지고 있구나.



Posted by 오드리 byod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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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옆모습이 이쁘시네요ㅎㅎ

    2015.01.11 13: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고맙습니다 ㅎㅎ 박스님 블로그에 갔다가 태국 여행정보 발견하니 넘 좋네요. 저 오늘 태국행 뱅기표 끊었어요 ㅎㅎ

      2015.01.11 16:35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