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커피 없이는 하루도 못사는 커피귀신이지만
사실은 차도 매우 좋아한다.
녹차, 메밀차와 같이 찬 성질의 차만 아니라면 거의 오케이.
한국차, 유럽차, 중국차, 인도차, 일본차... 국경을 가리지 않고 늘 입에 달고 사는 편이다.
뭐든 아는 만큼 더 맛있게 즐겨지는 법이라서 차에 대해 공부도 좀 하고 마시고 싶지만, 아직 지식은 없어서 그냥 냅다 마시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보이차, 그 중에서도 숙차에 빠져서 매일 물처럼 마시고 있는데 지인이 이것도 맛보라며 월광백차를 좀 나눠주셨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백차가 뭔지 잘 모르지만,
차의 이름이 '월광'이라니.
이 달빛은
베토벤의 월광소나타와 같은 맛이려나.
드뷔시의 달빛과 같은 맛이려나.
오늘은 보이숙차를 접고 월광백을 마시기 위해 표일배를 덮힌다.
달큰한 차 맛이 입 안을 맴돈다.
얼핏 진주자스민차의 달큰함을 닮았지만, 그 정도로 달진 않고 그 정도로 향이 강하진 않네.
다만 신기한 것이 힘이 좋아서 오래 오래 우려도 처음 우린 그 맛이 계속 맛볼 수 있다.
다음 날 마신 것 까지 해서 30번 정도 우렸는데 차 맛을 계속 느낄 수 있었을 정도.
뜨거운 물보다는 약간 식은 물에 더 잘 우러나고
완전히 식은 물에서도 잘 우러났다.
깊은 밤 숨길 수 없는 달빛이다.
달은 길고 길게 밤 하늘에 떠 빛을 내고 있다.
비록 태양처럼 강하고 밝진 않았지만
은은하게 길게
숨길래야 숨길 수 없이
오래도록 아름답게
잔 위에 올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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