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음식은 궁합이 중요한 법이다.
쓰고 떫은 차를 마실 땐 달콤한 디저트를 곁들이면 좋고
매운 주꾸미 볶음을 먹을 땐 담백한 소면 사리가 제격이다.
얼큰한 김치찌개를 식탁에 올렸다면 포슬한 계란찜이나 말이가 올려야 하고
맛있는 김치가 없다면 미역국이나 카레와 같은 음식은 아예 할 생각도 하지 말자.
이렇게 음식마다 어울리는 짝이 있지만
멍때리며 살다 보면 아무거나 주워먹게 되기도 한다.
대부분은 맛있게 먹지만
가끔 최악의 조합을 먹어 놓고는 정신 바짝 들 때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요즘 먹어본 최악의 조합을 좀 기록한다.
1) 어리굴젓 + 청국장
돌솥에는 오전에 먹었던 누룽밥이 물을 먹어 질척이고 있었지만 버리기 아까워서 퍼 담고
아무 생각없이 이모님이 주신 어리굴젓과 청국장을 곁들였다.
그렇게 조촐하게 한 끼 떼우려다가 쿰쿰함의 결정체를 만났다.
커피를 두 잔이나 원샷했고
양치를 수도 없이 했지만
숨을 쉴 때마다 계속해서 쿰쿰함이 올라왔다.
2) 각종 과일 + 핸드드립 커피
더이상 과일 먹기를 미뤘다간 냉장고가 과일의 무덤이 될 것만 같았던 날이다.
과일을 담고
늘 하던 습관대로 커피 한 잔 드립해 왔다.
과일의 산미와 커피의 쓴맛이 어우러지니
나는 정말 내가 마시는 음료가 커피맛 식초인 줄 알았다...
과일은 따로 먹고, 커피는 크래커나 빵과 함께 먹는 것임을 몸으로 배웠지.
3) 한겨울 + 샐러드 냉파스타
먹으면서 체온이 뚝뚝 떨어짐을 체감할 수 있다.
절반 정도 먹으니 이빨이 달달달 떨리더라.
비타민이 부족한 듯도 하고, 남편이 좋아하는 메뉴라 도전했다가
잠들기 전까지 후회했다.
이 메뉴는 확실히 여름 메뉴인 것을 알았다.
4) 흑미 + 쑥떡
이건 내가 만든 건 아니고 큰어머님이 만들어주신 떡이다.
처음에 큰어머님이 가져가라고 하셨을 때 나는
'왜 석탄을 봉지에 담아놓으셨지?'
라는 생각을 했다.
쑥떡을 흑미가루에 버무린 것이라고.
비주얼면으로 엄청 쇼킹했지만 정말 맛있었다.
냉동실에서 한 봉지씩 꺼내어 먹는 내내 행복했다.
음.. 그렇다면 이건 리스트에서 빼야하는 건가..
괜히 궁금해지네.
당신이 먹어본 최악의 음식 궁합은 뭐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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