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색, 흰색, 파란색, 노랙색이 초점이 안 맞은 상태로 색색이 번져있다.
뭐가 찍힌 걸까
경계없이 뭉그러진 색감이 흡사 사걀의 밤하늘을 누비는 흰당나귀같기도 하고
바다 위에 점점히 번지는 네온사인 같기도 하고
밤에 핀 꽃같기도, 달 같기도, 별 같기도,
혹은
환상문학의 대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정신적 세계를 형상화한 작품인 듯도 싶다.
어쩜 이렇게 색감이 아름다운지.
나는 정체모를 사진 두 장에 매혹되어
스마트폰을 오랫동안 바라봤다.
얼마 후 사진을 차례차례 넘겨보며 이 사진의 원래 피사체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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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우스 패드였다.
스마트폰 케이스를 좀 두꺼운 것을 끼워뒀었는데
덕분에 카메라 렌즈와 바닥면에 공간이 생겼나보다.
그 협소한 공간으로 빛이 들어갔고,
초점이 안 맞아서 분명히 쓸모 없을 사진이 보여야 하는 화면엔
저토록 아름다운 색감이 번져있었다.
늘 보는 사물에 이런 매력이 있었다니.
카메라의 초점만 버렸을 뿐인데
나의 마우스패드는 샤갈의 그림이 되었다가, 밤하늘도 되었다가, 가브리엘 마르케스도 될 수 있었다.
이제 나는 이 마우스패드를 보며 우주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만 같다.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했다는 기쁨보다는
내가 모르는 어떠한 물리적인 우연이
이처럼 사물의 본질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 충격이다.
+그리고 이건 좀 다른 얘긴데..
초점을 없애니 더 아름다운 색감이 다가왔던 것 처럼
인생도 너무 목표의식 따라갈 게 아니라
초점 없이 흐리멍텅하게 살다보면
이처럼 아름다운 광경 속에 살 수 있지 않을까.
자폐아나
혹은
뇌사상태 환자의 의식이 머무는 곳은
이렇게 아름답지 않을까.
참...
우연히 찍힌 사진 두 장에 많은 생각이 스치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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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또 멀리 있어 보이는 행복 ^^ 그것의 포착 ^^
2015.07.05 05:22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