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밖/마실2015. 2. 16. 11:00



남편의 직장은 여의도에 있고

나는 시도 때도 없이 귀여운 남편이가 보고 싶고

별 수 있나, 내가 여의도로 가야지.

해서 나는 여의도를 참 뻔질나게 드나든다.

일을 한다는 핑계로 노트북에 전원 케비블 주렁주렁 달고 여의도 근처의 커피숍에서 

남편의 퇴근시간까지 삐대고 있으면 

업무에 지친 남편이 피곤한 얼굴로 날 보러 오지.


"배고프지? 배고프지? 밥 사먹고 들어갈까?"

굶주렸을 남편을 위해 한시라도 빨리 밥을 맥이려는 갸륵한 나의 의도에 남편은

"또 밥하기 싫고만?"

이라며 쓸데없는 예리함으로 나의 의도를 정확하게 읽어내곤 한다.


그래 밥하기 싫다.

남이 차려주는 밥이 짱이시다.

사먹는 밥이 채고시다.

아이 러브 외식!!


해서 오늘 저녁도 외식이다.(야호!)

문제는 여의도에 맛집이 참 드럽게 없다는 사실.

거기다가 밥값도 드럽게 비싸다는 사실.

여의도의 식당들은 평일에 그 지역을 떠날 수 없는 회사원들을 볼모로 잡고

점심메뉴와 저녁 회식메뉴에 특화된 음식을 비싸고도 비싸게 선보이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그래도 비싼 건 참아줄 수 있는데

맛도 없고 식재료까지 엉망인 음식이 나와버리면 정말 울고 싶지.

여의도엔 그런 집이 꽤 많다.

그런 집에 당하면 비싼 돈 내고 쓰레기 먹는 기분인데.. 알려나 몰라.

(대표적인 곳이 회전초밥 전문점 스시히*바라고...)

그래서 여의도에선 맛집탐방같은 모험은 자제하고

검증된 곳을 정해서 계속 가게 된다.


그렇게 검증된 곳 중에 한 곳, 진진왔다.

이곳은 주로 점심에 만두국을 먹고, 저녁엔 소고기 등심구이와 만두국을 먹는 곳인데

등심 만두국 모두 맛있는 집이다.

이 날은 너무 추워서 몸이 오들오들 떨리길래

만두국을 먹으러 갔다.




입구 사진이다.

고층빌딩 빽빽한 노른자땅에 1층을 차지하고 있는 거로 보아 장사는 무지 잘되는 집인 거 같다.

들어가자마자 카운터에 보이는 원산지 표시.

싹 다 국내산이네.

구이용 소고기도 한우이고.

원산지 표기가 너무 깔끔해서 보면서 마음이 클리어해지는 느낌..




가격은 비싸다.

만두 한 그릇에 만원이여. 덜덜덜..

그래... 여기가 여의도 노른자땅인데, 이 정도는 받아야겠지.

주문한 만원짜리 만두국이 나왔다.

참 별 거 아닌 비주얼인데, 지단 썰어낸 거 보고 좀 좋음.




일단 만두부터 보고가신다.

만두의 생명은 일단 만두피, 나는 개인적으로 얇은 만두피를 선호하는데 이 집 딱 내스탈이다.

만두국 위에서 쉬폰 브라우스마냥 하늘하늘 거리는 만두피를 숟가락으로 살살 건드려서 한 술 뜬다.

베어 보면 속이 꽉 찼다.

간이 심심한 듯 하면서도 칼칼하고 아채의 아삭거림이 되게 기분 좋다. 

소금 이외에 다른 간은 없는 듯한 느낌.

조미료 안 쓴다더니, 레알 조미료 없는 느낌.

그런데 정말 맛있다.




이 집에 김을 뿌려 주는데 김이 엄청 두껍다.

이런 김을 판다는 얘기도 못들어 본 거 같은데.. 아마도 이 집에서 만든 거겠지.

원래 김가루를 뿌리면 국물에 김이 흩어지는데, 이 집은 김이 워낙 두껍고 단단해서 국물에 흩어지지 않는다.

입 안에 들어가면 오히려 쫀득거리는 느낌.

김 맛은 살리면서 국물에 김이 녹아들지 않아서 한 그릇을 다 비울 때까지 깔끔하게 먹을 수 있다.

국물은 사골베이스인듯..

사골의 맛이 진하지만, 조미료 맛이 없어서 시중에서 사먹는 느낌은 아니다. 

담백하고 깊은 맛이 언제 먹어도 참 좋다.




밑반찬들..

물김치는 칼칼하니 맛있고, 배추김치는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다. 

속도 별로 안 넣었는지 보기에도 깔끔함.

원래는 물김치랑 김치만 주는 빈대떡을 시키니까 찍어먹을 장도 줬네.





빈대떡.

사이드 메뉴로 시켜보았다.

도톰한 빈대떡을 이렇게 십자로 칼집내서 나온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고..

숙주의 아삭함이 제대로 느껴지는 상쾌한 빈대떡이었다.

기름에 부치면 뭐든 맛있다고는 하지만

음식의 재료와 조리하는 시간을 잘 아는 사람이 만든 빈대떡이었다.

맛있지만, 그래도 난 만두국이 더 맛있음.




신나게 흡입하면서 폰으로 사진을 찍어대고 있었는데 서빙하시는 아주머니께서 계속 날 눈여겨 보시더니

불안한 눈빛으로 이런 걸 가져다 주신다..

핸드폰이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계속 사진찍고 그러니까

어디 인터넷에 안 좋은 소리 올릴까봐 걱정이라도 되신 걸까..

괜히 아주머니에게 걱정을 끼쳐드린 것 같아서 맘이 안 좋았다.


아주머니 죄송해요. ㅜㅜ


어쩐지 아주머니께 죄송하기도 하고, 국물까지 싹싹 비웠으니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음식점에서 사진 찍는 일은 아직까지 나에게

참 어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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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드리 byod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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