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서재2015. 2. 17. 03:35







 


"블로그 포스팅이 니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야?"

어느날 불시에 닥친 남편의 질문은 나로 하여금 이런 글을 쓰게 만든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블로그를 시작했다. 

당연히 블로그를 시작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둔 것은 아니었고, 정신없이 바쁘게 사는 짓 따위 그만 두고 여유롭게 사고하는 삶을 기록하리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다.

크게는 마감의 강박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작게는 나의 삶을 돈버는 데 소비하고 싶지 않았달까.

지금 내 주변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그들과 무엇을 먹었는지

무엇을 읽었는지

무엇을 봤는지

사회적으로 보면 아무런 가치 없고 무쓸모인 이러한 것들을 나는 남기고자 마음을 먹었고

이런 행위는 내 삶을 진보하게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이후 내 삶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의식없이 행하던 모든 일들은 블로그 포스팅의 대상으로 변모해있었다.

매일 먹는 밥을 찍기 시작했고, 가벼운 산책길에도 휴대폰의 카메라기능을 늘 켜두었다.

하루 방문객 30명이었던 내 블로그가 하루에 너끈히 천명을 찍는 동안 내 휴대폰에는 포스팅을 할 사진들로만 가득 차 있었다.

무언가에 재미를 붙이면 몰두하는 나의 습성은 금새 블로그를에 몰두하는 나로 만들었다.

그러다가 문득 나를 돌아보니 간단하게 소회를 남기고자 시작한 예전의 목표는 사라지고

이제는 하루에 하나씩 포스팅을 해야 한다는 새로운 강박만이 남아있더라.

바라는대로 나의 삶은 돈버는 데 소비되고 있진 않지만 포스팅을 하는 시간으로 소비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내가 그토록 원하던 여유롭게 삶을 기록해나가고자 하는 꿈을 잃었다.


스스로에게 다시 질문한다.

"네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뭐니?"


대답한다.

"창작...을 하고 싶어. 하지만 그게 어떤 건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나는 무엇부터 해야하는지 모르겠어"


질문이 이어진다.

"지금 하고 있는 블로그 포스팅이 네가 원하는 창작이니?"


대답한다.

"아니.. 그냥 일종의 도피지"




잔뜩 패배한 마음으로 오래 전 쓰다 만 문장을 완성하기 위해 워드를 열어본다.

선뜻 문장을 완성하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오늘밤은 내내 하얀 워드창을 노려볼 생각이다.

워드창에 검은색의 타이핑이 차곡하게 채워진다면, 지금처럼 블로그 포스팅을 하며 내 인생에 대한 반성하는 시간은 줄어들겠지.

사지에 내몰렸는데

아무도 나를 지켜보는 이 없는

외딴 방에 갇혀있구나.


Posted by 오드리 byod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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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흑 ㅠㅠㅠㅠ 저 매일 들어오는 단골손님인데요;; 블로그도 열심히 해주셈~~

    2015.02.18 06:08 [ ADDR : EDIT/ DEL : REPLY ]
    • 고맙습니다. 너무 재미를 붙여서 일상이 너무 블로그화된 거 같아서.. 그래도 재밌으니 계속 열심히 할 거예요 ㅎㅎㅎ

      2015.02.22 22:18 신고 [ ADDR : EDIT/ DEL ]
  2. 오드리님 힘내세요‥ 토닥토닥
    오드리님 글로 웃음과 의미, 또 다른 시각을 경험하는 저로선 블로거로서 오드리님을 응원합니다·

    2015.02.22 00:14 [ ADDR : EDIT/ DEL : REPLY ]
  3. 오드리님 힘내세요‥ 토닥토닥
    오드리님 글로 웃음과 의미, 또 다른 시각을 경험하는 저로선 블로거로서 오드리님을 응원합니다·

    2015.02.22 00:14 [ ADDR : EDIT/ DEL : REPLY ]
  4. 저는 블로그를 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작했어요. 제가 일하는 출판계 쪽에서는, 블로그를 통한 1인 미디어를 만드는 것이.. 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것만 같이 중요한 일처럼 느껴졌었거든요.
    최소한 거짓말은, 위선은 없는 글을 쓰고 싶은데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네요. 응원합니다.

    2015.02.24 16:44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