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창영식당2015. 2. 22. 22:07



비로소 집이다.

오후엔 남편과 늦잠을 푹 자고 일어나서 대강 밥을 차려먹고 커피를 내려 코타츠에 앉았다.

손 안에 뜨거운 커피가 담긴 머그잔을 감싸 쥐고 집 안을 둘러본다.

읽다 만 책이 바닥에 여기저기 널부러진 모습과 선물받은 화분의 꽃이 조금씩 시들어가려는 모양새가 눈에 들어온다.

옆에서 남편은 커피를 마시며 구운 과자를 조금씩 조금씩 입 안에서 갈라먹고 있다. 코타츠 안으로 깊숙히 밀어넣은 엉덩이가 우리의 완전한 휴식시간이 도래했음을 간접적으로 일러두고 있다.


처녀적에 설이란 시간이 남아 돌아 밀린 책을 섭렵할 수 있는 날이었다.

엄마의 부엌일을 조금 도와주는 척 생색이나 내고 나는 방 안으로 들어와 고요하게 침대에 누워 책을 집었다.

책을 읽는 시간은 느리고 행간의 사이에는 그간 삶에 지친 내가 보였다.

한 줄 한 줄 읽으며 나는 그 동안 지쳤던 인간관계나, 실수했던 모습들을 마주하며 마음을 정리해나갔다.


총각시절 남편에겐 설이란 어떤 시간이었을까.

모르긴 몰라도 며칠동안 우리가 했던 시댁, 친정, 큰집, 이모집, 친적집, 산소의 순례를 돌며 덕담과 안부를 나누고 집안일을 돕는 시간은 아니었겠지. 

제법 바쁜 일정을 보내고 집으로 와서 가지는 익숙한 티타임에서야 우리는 편안하게 숨을 쉬고 있다.

그간 어느 편이 더 현명한 처신일까,를 반복해서 생각했던 뇌를 내려놓고 그 자리에 진한 커피를 가득 채운다.

목적이 분명하고 확실한 의미를 전달하려던 대화의 방식을 내려놓고 너무나도 무의미해서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아도 되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돌아온다. 본래의 우리 모습을 찾으니 서로가 너무 반가운 느낌이구나.



로스터 케이님이 니카라구아의 신맛은 유별나다고 했었다.

신맛을 좋아하는 나는 그저 감사합니다, 하고는 받았는데 마셔보니 정말 유별났다.

전반적인 맛의 밸런스가 신맛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 느낌?

깔끔한 신맛으로 시작해서 단맛 쓴맛을 거쳐 별별 꽃향기 내더니 중후한 신맛으로 마무리.

나는 원두를 무척 많이 갈아서 먹는 편이라 그런지 개인적으로 스타벅스 비아의 베란다 블렌드보다 더 신맛이 강한 느낌을 받았다.

쓴 맛을 추가하기 위해 일부러 95도의 온도에서 내려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신 맛은 유별났다.

그래서 오늘은 같이 주문한 케냐와 블렌딩해서 내려보았더니.. 


Aㅏ..........

너무 맛있다.


요즘 사람들이 원두를 단품으로 먹는 추세인 거 같은데

내 입맛에는 역시 블렌딩 원두가 채고시다.


니카라구아의 깔끔한 신맛과 케냐의 풍부한 버터맛

니카라구아의 쨍한 냄새와 케냐의 조리퐁냄새가 섞이니



Aㅏ..........

너무 맛있다.



당분간 이 조합으로 한동안 마셔댈 거 같다.

  


Posted by 오드리 byodri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