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밖/마실2015. 3. 10. 23:29



수영을 마치고 체크아웃을 했다.

아침부터 빈 속에 물질을 했더니 배고프다.

밥을 먹긴 해야 할텐데, 맥도널드 미안해. 너는 나에게 기념 사진용일 뿐이야.

먹을거리 천국인 이곳에 와서 널 이용할 순 없다. 





캐리어를 끌고 두리번 두리번 걷는데 

패션 스트리트다운 카오산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다른걸 떠나서 마지막 티셔츠는 꼭 남편에게 사 주고 싶었지만

검은 물이 죽죽 빠질 것이 눈에 선해서 

과감하게 지나쳤다.




그래도 사줘야지.

남들은 다 반바지에 헐벗고 다니는데 남편만 계속 와이셔츠 차림으로 이 더운 시간을 견디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엄마가 운동장에 아이 풀어놓는 느낌으로 남편을 방목했더니

금새 자기 스탈의 옷을 구입해오더라.

옷을 갈아입고 아장아장 걷는 모습에 귀여워 혼절하실 뻔 했다.

한편으론 여행지에 금방 적응하는 모습인 것도 같아서 뿌듯하다.



 


남편은 나를 찍고

나는 남편을 찍고

그러고 보면 동양인들은 어딜가나 사진을 참 많이 찍는다.

이 거리에서 돌아다니는 서양인들은 늘어진 시간들을 사진도 없이 즐기고 있다.

이따금 사진 찍는 동양인들을 구경할 뿐이지.

ㅉㅉㅉ

남는 건 사진 뿐인데.. 





이상하다. 분명히 남편이 나 이쁘게 찍어준다고 했던 거 같은데..

어떻게 찍어도 안 이쁘니까 일부러 초점을 흐리는 거신가...

아무튼 이쁘게 찍힌 줄 알고 기분 좋게 산책하다보니,

카오산 쌀국수 최대 맛집. 쿤뎅쿠웨이짭 국수집에 당도했다.






베트남식 쌀국수라길래 좀 기대를 했다. 

유명 맛집 답게 관광객도 많고 한산한 시간에 비해 손님도 꽉 차 있었다.

이거슨 맛집이 분명해!

그렇게 얻은 확신은 한 젓가락 맛보고 실망으로 바꼈다.

일반적으로 먹는 쌀국수의 호쾌함이 없다.

면은 쫄면처럼 쫄깃했지만 전분이 많아서 다 들러붙어있고

입 안에 넣으니 떡을 씹는 느낌이었다.

국물도 느끼하고 시큼한 것이 몇 번 먹기 어려웠다.

도저히 못 먹겠어서 매운맛이라도 치자, 해서 양념을 치니...

한국에서 먹는 신라면 맛이 난다.

완전 신라면은 아니고, 미묘하게 맛 없다.

그 동안 태국을 여행하면서 음식을 실패한 적이 없는데

맛집이라고 이름 붙은 곳에서 실패를 하다니

기분이 씁쓸하다.





입을 씻어내자.

남편과 나는 서로 말하지 않아도 위와 같은 명제에 동의를 하고 

길거리의 주전부리로 눈을 돌려본다.

당도가 한국의 것과는 비교가 안되게 훌륭한 과일들이 얼음에 박혀있었다.





워터멜론, 맹고 플리즈~

가격이 싸니까 물 대신에 수박 하나 시키고 맹고도 하나 시킨다.

맹고 한 입 먹은 남편은 자못 심각한 표정이 되어 내게 말한다.

"나.. 이런 망고는 처음 먹어봐"

"어떤데?"

"그냥.. 달라.. 이제껏 내가 먹던 거랑.. 너무 맛있어..."

뭐야 씨.. 깜짝 놀랐네. 

그럼 현지에서 제철에 먹는 망고랑 한국에서 냉동 망고먹는 거랑 같을 줄 알았니?





단맛은 디폴트요 생크림같이 진한 풍미가 과육에 스며들어 있다.

한국에서는 냉동을 한차례 거쳐서 인지 서늘한 기운이 맡아지는 반면

이곳에서는 망고를 입에 넣기도 전에 향긋한 단내가 진동을 한다.

과육도 좀더 탱탱하고 쫀듯하고 부드럽다.

"내가 한국에서 망고 안 먹는 이유야"

망고의 맛을 설명해주며 남편에게 말하자 남편이 수긍한다.

아마 곧 한국으로 돌아가면 남편도 나처럼 망고 먹으면서 소믈리에 흉내내고 있지 않을까 싶다.






밥도 먹었겠다, 오늘의 가장 중요한 일정을 처리하자.

오늘의 가장 중요한 일정은 코창 교통편을 예약하는 것과 오늘 밤 묵을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하는 것이다.

오늘까지만 방콕에 머물고 내일은 코창으로 넘어가야 한다. 그려러면 코창으로 가는 버스편과 배편을 왕복으로 예약해야 하는데 이런건 역시나 동대문여행사가 쵝오.

왕복으로 두 명에 1500밧, 대략 오만원 정도다.

이곳에서 처음 나가는 거금이로구나.

내일 아침 7시에 보기로 하고 친절한 명필, 동대문 아저씨와는 바이 짜이찌엔.





 

동대문 근처는 이렇게 거리가 이쁘다.

남편은 어쩌자고 나를 저렇게 찍어놓는 것인가.

분명 이쁘게 찍고 있다고 했던 거 같은데..





오늘의 중요한 일 두 번째. 

게스트하우스 예약하러 왔다.

내일 아침 일찍 동대문으로 가야 하니 동대문 근처에 게스트하우스를 찾다가 비비게스트하우스를 발견했다.

동대문과 2분 거리에 있음.

로비 맘에 들고 

청결상태 맘에 들고

남편은 새로 산 바지가 쪼여서 고무줄을 뜯고 있고

그 와중에 나는 셀카를 찍고 있구나.






새로산 귀걸이 맘에 든다.

태국 왕실이랑 너무 잘 어울리고

목에 코끼리도 태국스럽고

맘에 든다 맘에 들어






성공적이야!!





비비게스트하우스는 카오산로드 반대편에 람부뜨리로드에 위치해있다.

시끌벅적한 카오산로드에 비해 조용하고 깨끗하고 좀 더 아티스트적인 느낌이 많이 나는 거리여서

나는 카오산보다 이곳을 더 좋아했다.

문만 열고 나가면 태국의 평화가 거리에 넘치고 있다.

위치 뿐만 아니라, 2인실이 2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아늑하고 편안했다.

오후시간을 넘어가면 카오산의 방들은 없어지므로 맘에 드는 거 있을 때 얼른 겟해야 한다. 

급히 예약을 하고보니 오늘의 중요한 일정은 모두 해결했구나. 이제 간식 먹으러 가야지. 잇힝.




 


언제나 기본은 하는 팟타이

오늘은 새우 팟타이로 갑시다.

람부뜨리 거리 노점에서 자리잡고 젓가락으로 자근자근 찝어먹으며 행복의 밀도를 채워간다.

역시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은 팟타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으흐흐, 으흐흐...







밤의 카오산이 광란의 질주장이라면

낮의 카오산은 이렇듯 평화롭다.

할 일 없이 노상에 앉아서 쉬고 설렁설렁 걸어다니며 의미 없는 농담이나 건내는 시간이다.

백년이고 머물러도 좋을 것 같지만, 방콕이 오늘이 마지막이라서

이 느긋한 시간을 가로질러 다른 곳으로 가보기로 한다.




Posted by 오드리 byod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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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쿤뎅 국수집. 저도 별로였어요. 솜분시푸드도 마찬가지. 굳이 유명한 맛집 찾아갈 필요 없을듯. 그나저나 참 미인이시네요. 행복하세요.^^

    2015.03.21 12:04 [ ADDR : EDIT/ DEL : REPLY ]
  2. 파릇파릇

    저도 참 태국을 사랑해서 11월에 이미 항공권을 끊었는데요ㅎㅎ 저기가 쿤뎅 국수집이었군요! 2년 전에 친구와 갔을 때는 너무너무 맛있어서 막 대자로 시키고 그랬는데 ㅎㅎㅎㅎ 저는 카오산로드를 별로 싫어함에도 불구하고..저 국수집 때문에 카오산로드를 가려고 계획했는데 ㅎㅎ 그리고 저도 론리비치에서 묵었어요! 저는 선플라워 게스트 하우스! 완전 그때 생각나네요 ㅠㅠ

    2015.04.19 22:55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