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밖/마실2015. 3. 12. 13:43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수 있는가, 라는 말을 다른 말로 바꿔보면

사람에겐 디저트도 중요하다, 라는 말이 된다고 생각한다.

식사와 디저트는 다른 의미로 엄격하게 분리하여 챙겨먹어야 한다.

그런 의미로 간혹 디저트를 식사대용으로 먹는 일부 몰지각한 빼빼마른 언니들이 반성하자.

모범적인 우리 부부, 하루 종일 먹고나서도 디저트 챙겨먹으러 씨암스퀘어 납시셨다.







한국의 명동과도 같은 씨암 스퀘어. 

한국보다 더 높은 빽빽한 고층빌딩과 사람들, 감각있는 가게가 널려있는 가운데 떡 하니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다.

우리가 태국에 방문한 일정이 2월이니까 좀 늦게 철수 한다고 생각하면 트리가 아예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이 더운 날씨에 침엽수에 장식된 눈모양의 트리라니.. 님들 너무하셨어요.

야자수에 빨간 나시티 입고 코끼리 탄 산타 할배, 얼마나 멋진가. 

트리에 눈사람이 왠말이야, 눈쌀 찌푸리고 고개를 돌리니.

찾았다! 망고탱고.






망고탱고는 요즘 태국에서 핫한 디저트가게라고 한다.

보다시피 줄도 서 있고, 가게 안에 자리도 없는 거 보니 장사 굉장히 잘되는 집이다.

망고 푸딩, 아이스크림이 대표메뉴이던데 망고에 환장하는 남편 생각해서 왔다.

남편이 망고를 먹고 눈이 똥그래지는 귀여운 모습을 또 보여주길 바라며.








남편은 기대하고 있지만 나는 사실 의심하는 중이다.

태국에 망고 디저트라니, 흔하게 망고가 널렸는데 디저트로 만들어 외식을 하다니..

우리나라로 치면 사과 디저트 가게가 문을 연 것이다.

시장에만 가도 쉽게 구하는 사과를 가지고 케익을 만들고 푸딩을 만들어 외식하게 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망고 디저트 요리로 유명한 대만의 스멜이 느껴진다.

그렇다면 맛은 별 볼일 없을 것이다.

망고 본연의 맛을 잘 살린 디저트일 텐데... 

그런 거라면 그냥 길거리에서 망고 사 먹는 것이 옳다.





익숙한 비쥬얼

한국에서도 먹을 수 있는 망고 푸딩, 망고 아이스크림이 까만 접시에 담겨 나왔다.

검은 접시 가운데 샛노란 망고의 색이  금새 눈에 들어찬다.

기대감 없이 나 한 입, 남편 한 입... 늘 같은 맛이라며 비판하려던 찰나...

맛있다 ㅜㅜ

한국에서 먹는 맛하고, 대만에서 먹는 맛하고 기조는 같지만 제일 다른 점은 역시나 망고의 질이구나.

오늘 아침에도 길에서 질 좋은 망고를 사 먹었지만

여전히 질 좋은 망고는 질리지 않는다.

태국사람들 입장에서 이런 걸 왜 먹는지 모르겠지만, 관광객 입장에서는 먹을만 하다.

지금 이곳에서 망고는 진리인 계절인 까닭이다.

역시 달달한 디저트라 해도 망고의 품질이 8할이다. 

대만보다 훌륭하다.

짝짝짝!


 




달달한 디저트를 마치고 걸어가는데 

으읭? 어째 누가 나를 자꾸 쳐다보는 거 같아서 옆을 보니

우악 ㅋㅋㅋㅋㅋㅋㅋㅋ

너 뭐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카프 두르고 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네킹 대신에 라마가 ㅋㅋㅋㅋㅋ 막 웃으면서 귀엽게 ㅋㅋㅋㅋㅋㅋ







두 마리의 라마가 날 보고 웃고 있었는데 

한 마리는 태국식으로 열대 기후에 어울리는 스카프를 하고 날 보고 있었고

한 마리는 유럽식으로 보헤미안룩에 어울리는 스카프릌ㅋㅋㅋㅋㅋㅋㅋ





한 마리는 라마 공주같기도 하고, 다른 한 마리는 라마 왕자같기도 하곸ㅋㅋㅋ

아, 오늘 시내 나와서 동물 구경 많이 하고 간다.

아까 본 코끼리 가족이 아직도 내 가슴에 심쿵으로 남아 있는데

라마 커플도 내 가슴에 큰 획을 긋는 구나.

아오 기여웡

ㅎㅎㅎㅎ





이제 디저트도 먹었겠다... 산책하며 저녁을 어디서 먹을까 고민한다. 

저녁은 최고로 근사하게 먹어야 한다. 

이곳에 오기 전부터 나를 늘 설레게 했던 솜분 시푸드에 가기로 맘을 먹고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쯤되면 사람들이 우리더러 

너넨 도대체 하루에 얼마나 쳐 먹는 거냐, 라고 반문 하겠지. 할 것이다.

그냥 눈 떠서 감을 때까지 열심히 먹었다.

삶은 그렇게 열심히 사는 것이다.

한 점 부끄럼 없이 스스로 자랑스러운 대목이라 할 수 있겠다.













솜분시푸드 도착.

입구부터 각종 맛있는 애들이 수족관에서 내게 인사를 건내고

기대감으로 가득 찬 우리는 얼른 식당에 빈 자리를 안내 받아 앉았다.

이 집의 대표메뉴, 뿌팟뽕커리부터 얼른 주세요.

비벼먹어야 하니까 밥도 좀 주시고,

아 다른 것도 먹어야 하니까 밥은 진짜 조금만 주세요.

공심채볶음도 좀 줘봐요.

커리가 좀 느끼할테니, 공심채는 좀 매운 걸로~

우롱차 좀 가져다 주시고

뭣보다 좀 빨리 부탁해요. 현기증 날 거 같으니까.

라고 바디랭귀지 적정하게 믹스해서 주문했다.

왠지 좀 부끄럽다.









나왔구나, 뿌팟퐁커리!!

작은 걸 시켰지만 그래도 이거 하나에 2~3인분이다.

뿌팟퐁커리는 고추기름과 코코넛유가 섞여 적당히 맵고 풍미가 넘치는데 카레가 향을 돋구고 게살이 맛을 낸다.

고온에 조리해야 하는 대표적 메뉴인지라 집에서는 아무리 해도 이 맛을 따라 잡을 수가 없으니

일찌감치 포기하고 가까운 태국음식점으로 달려가는게 속 편한 메뉴이다.

참고로 한국에선 연남동 툭툭누들타이가 되게 맛있게 한다.







국내에서 계속 꽃게로만 조리한 뿌팟퐁커리를 먹다가 제대로 킹크랩으로 조리한 걸 먹고있자니 감동의 눈물이...

나는 이 음식을 먹으며 내 앞에 앉아 있는 남편의 존재를 잠시 잊었다.

하지만 내 남편도 이 음식을 먹으며 나를 잊었으리라 단언한다.

이 메뉴는 안그래도 맛있는 요리인데, 그 중에서도 더 맛있다.

고추기름은 코코넛유를 만나 고소해지고 커리를 만나 풍미를 얻었다.

육즙 가득한 게는 진한 맛을 내고 오동통한 살은 먹는 내내 나를 더욱 탐욕스럽게 만들었다.

정신없이 발라 먹었던 기억이이다.

마지막 국물이 아까워서 밥에다 싹싹 비볐던 기억이다.

곁들이며 먹으려고 공심채볶음, 모닝글로리 볶음을 시켰는데 곁들일 필요가 없었다.

어쩌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고 하는게 더욱 맞는 표현일 것이다.

뿌팟퐁커리가 워낙 강렬해서일 것이다.

공심채 볶음에는 손이 잘 가지 않았다.

적당히 매콤하고 그래도 쎈 불에 잘 볶은.. 볶음요리였던 듯 하다.









이미 이 집의 해산물에 대한 신뢰도가 높이 치솟았다.

배터지고 죽을 거 같은데 남편이 요리 하나를 더 시키시겠단다.

한국에서는 죽어도 못 먹는 음식이라며, 새우 요리 하나만 더 먹자고 하고 시킨다.

탱탱한 새우를 쪄서 반으로 가른 다음, 새콤한 소스와 마늘을 뿌려 새콤한 새우가 됐다. 

한국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전형적인 더운 지방 요리법이다.

지난친 산미 덕에 포만감이 가득한데도 입맛이 확 살아난다.

입맛이 없을 법도 했던 우리는 이 새우 요리를 먹고 다시 입맛을 살려냈다.

하나만 먹고 나는 배불러서 도저히 손도 못대고 있는데 남편은 용기를 내어 새우를 하나씩 집어들었다.

아 어쩜 좋아.

계속해서 식탐있는 남편 너무 멋있잖아.

겉으로는 

미친 거 아냐? 배 안 불러? 우리가 오늘 몇 끼를 먹은 줄 알고나 있는 거야?

라고 했지만 속으로는 남편이 기특하다.

마치 오덕들이 일반인이었던 자기 배우자가 피규어 사 모으냐 집안 살림 거덜낼 때, 겉으로는 나무라면서 속으로는 쾌감을 느끼는 거 처럼 나는 짜릿했다. 

다른 건 몰라도, 오덕들 그 심정은 내가 안다. 










결국 다 먹고야 만 내 남편.

귀엽다.

장하다.

기특하다.

이쁘다.

멋있다.

섹시하다.

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ㅡ




 

Posted by 오드리 byod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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