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서재2015. 3. 17. 18:45


요즘 내 블로그에 책을 읽은 기록들이 전무하다. 요즘 책 안 읽냐고?

어떻게 알았지?

하지만 간간히 읽기도 한다. 

티비보며 한 줄 읽고, 

블로그 하며 또 읽고,

자기 전에 읽고,

화장실에서 사색이 되며 읽고

그렇게 읽어 내려간 글들을 모아놓으니

이 게으른 독서가도

완독한 책이 꽤 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애당초 블로그에 '서재'섹션을 만들어 놓았던 의도는 지금처럼 알라딘에서 주문한 책이 집에 당도하면 우리 외할머니가 그랬듯이 장롱 속에다 이불을 켜켜이 개어 쌓아 놓듯이 탁자위에 주르륵 엎어놓고 사진 찍어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읽은 책들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함이이었는데, 그 기록이 비록 단 한 줄의 코멘트일 지라도 책을 읽고난 후 사유했던 경험들은 내게 군인들의 초코파이 만큼이나 소중한 것이라서, 이 소중한 초코파이, 아니 책에 대한 기록들을 지금이라고 남기려는 바이다. 그런데 막상 기록을 남기려고 보니 그간 읽어온 책이 너무도 많아서 뭐부터 시작해야 하나 혼란이 살짝 오는 가운데, 책장에 유난히 노란 빛깔 뽐내며 '내가 제일 튀지? 나부터 해~'라는 아우라를 풍기는 책이 있는데, 이 책의 저자는 요즘 티비만 틀면 나오는 허지웅이요, 책의 제목은 '버티는 삶에 관하여'이다.

허지웅이라 하면, 현재 대한민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스피커로 그가 말하는 것이라면 공적인 것에서 부터 사적인 것에까지 언론에 알려진다. 지금이야 뇌섹남으로 인기몰이를 하는 허지웅이지만 과거엔 SNS에게 오지게 욕을 먹는 캐릭으로 유명했다. 결국 그 욕으로 하여금 그를 지금의 위치로 만들어 놓은 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만 하여간.

버티는 삶에 관하여.

욕먹으면서도 버티는 삶에 관하여를 쓴 내용인가, 싶어 구입했다.





먼저 머릿말부터 보자.

머릿말에 작가는 이 책의 의미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데,

버티는 것 만이 유일하게 선택 가능한 처세이며, 그 외엔 딱히 방도가 없다고 믿는 인생의 중간 갈무리라고 밝혔다.

내용 좋다.

어줍잖은 희망이나 심어주며 어른인 체 나대지 않음은 언제나 좋다.

그러나 전반적인 문장은 구렸다는 느낌이다.

방송 많이 하더니 감을 잃었구나 싶은.....?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암튼 머릿말에 작가가 프렌들리하게 대놓고 밝히듯이 글을 쓰며 버텨온 기록들에 관한 내용이다.

좀 더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작가가 이 바닥에 종사하며 가끔 생각나는 기록들을 블로그에 연재한 것을, 인기가 날로 높아감에 따라 이참에 엮어 책을 낸 것이다. 상업성 냄새 폴폴 풍기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이 좋다. 왜냐면 나는 원래 그의 문장들을 좋아하니까.

내가 그의 문장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글이

우리가 단순하게 생각하고 바라보는 세상을 어렵고 그럴듯하게 풀어내는 재주가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글감이 우리 주변에 널린 시시한 것들이라서 그의 글은 공감을 일으킴과 동시에, 내가 생각하지 못한 곳을 짚어주기 때문에 한 줄 한 줄이 희열에 찬다.

나는 희열에 찬 부분에 밑줄을 그으며 읽어가기 시작했는데

곧 그의 책은 아프리카 초원을 내달리는 얼룩말의 무늬처럼 많은 줄무늬를 갖게 되었다.

원래 책을 보며 밑줄을 긋는 것이 내 독서방법이긴 하지만, 그래도 평소보다 상당하게 그었다. 그만큼 그가 평소 블로그에 남긴 글들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문구가 많았다는 뜻일 거다. 아, 새삼 다짐한다.

나도 블로그 열심히 하리라.






톡톡튀는 문장만 모아놨어도 좋았을 책인데 적절한 사진과 명문장만 쏙쏙 골라내 돋보이는 편집을 했다.

솔직히 말해 사진들은 정말 기교도 없이 볼품없었지만, 글들이 그 사진을 다시보게 하고 상상하게 한다. 앓느니 죽는다고, 나라면 죽어도 그런 사진 안 쓸 거 같은데, 허지웅의 필력이라 이런 죽은 사진들이 살아나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어 기뻤다.

바야흐로 책 안읽는 시대인데, 역시 사진은 필요한 것이로구나, 라고 중얼거리면 책이나 한 번 더 찍어본다.



책의 내용중에 소개하고 싶은 내용도 많고

옮겨 적고 싶은 부분도 많지만 그냥 스킵한다.

사서 읽어보세요.

까칠까칠한 그의 사고 안에 어린 아이가 공포에 떨고 있는 여린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와 동시에 한 사람의 인생은 결국 결핍과 부조리, 그리고 그 것들에 대항해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싸우려는 의지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면?

나와 같은 것을 느꼈으므로 

나와 소울메이트일 확률이 크다.

당신이 나와 소울메이트일지 아닐지 궁금하면

(늘 얘기하는 것이지만)

사서 읽어보세요.





버티는 삶에 관하여

저자
허지웅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4-09-26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글쓰는 허지웅""의 에세이""마음속에 오래도록 지키고 싶은...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Posted by 오드리 byod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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