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밖/마실2015. 4. 6. 00:35



앞서 얘기했듯이 꼬창의 스노클링은 섬 4개를 배로 돌아다니는 시스템으로 일명 4섬 크노클링, 혹은 섬투어라고 불리운다. 일정에 따라 섬의 숫자를 조정할 수 있는 다양한 패키지가 준비되어 있고, 이동수단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그러니까,


(하루종일)4섬 투어 + 큰 나무배 + 식사,간식 = 25,000원(한국돈)

(반나절) 2섬 투어 + 큰 나무배 + 식사,간식 = 17,000원(한국돈)

(반나절) 4섬 투어 + 스피드보트 = 70,000(한국돈)


뭐 이런 식이다.

그중 관광객들에게 가장 페이보릿한 패키지는 역시 하루종일 나뭇배타고 섬 4개를 돌아다니며 스노클링하는 것으로,

종일 바다에서 물고기 밥 주는 것도 행복한데 밥과 간식까지 나온다니 완전 거저인 듯한 느낌인데다가

풍문으로 듣기를 한국에서 패키지여행으로 오는 분들은 

(반나절) 2섬 투어 + 큰 나무배 + 식사,간식 = 170,000원(한국돈) 

이런 공식이 성립되어 거진 십칠만원을 낸다니 그에 비하면 우리들은 완전 개이득이 따로 없으며,

무엇보다 25,000원이란 돈은 한국에서 얼마나 보잘 것 없었던가. 

하지만 이곳에선 하루종일 신선놀음을 할 수 있는 돈이니, 가히 이만 오천냥의 재발견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옛말에 보아가 이를기를 You still my No.1 이랬다고 넘버 원 섬부터.





통통거리며 바지런히 움직이던 배는 속도를 줄이더니 중간에 아무런 말도 없이 정박했다.

갑작스러웠고 그만큼 의아한 마음이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멀지 않은 곳에 육지가 보이고 해안선을 따라 작지만 새햐안 모래빛이 죽여주는 해변이 펼쳐져있거늘 배는 그 곳에 미처 당도하기 전에 시동을 꺼버렸다.

"40 minutes from here"

단호하면서도 영혼 없는 억양으로 한 선원이 우리들에게 외친다. 여기서 대충 40분 놀으라고 얘기한 방금 저 말은

- 저기 보이는 아담하고 눈부신 해변은 꿈도 꾸지마

라는 뜻이리라.

오냐,

그냥 여기서 놀지 뭐.

뭐 내가 지금 바닷물에 들어가서 무서워서 해변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 건 아니다 모.







나는 동방예의지국에서 건너온 사람이므로 양보의 미덕을 몸소 실천하려는 바, 배 안에 다른 사람들이 입수하길 차분히 기다렸다가 마지막에 배에서 내려오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먼저 입수한 사람들이 물에 둥둥 떠서 브라보, 환타스틱, 까르르르, 뭐 그 따위 감탄사를 내 뱉어도 급하게 입수하고 싶은 마음은 꿈에도 없었지. 그런데 내 앞에 중국인 꼬마애가 물에 들어가기 싫다고 울음보를 터트리자 선원이 나를 콕 찝어 지목하더니 빨리 바다로 내려가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더이상의 퇴로는 존재하지 않는 구나. 에라 모르겠다.

풍덩.

구명조끼의 힘이란 대단하구나. 물 속에서 똑바로 서 있을 수도 있고 스쿼트 자세를 해도 힘이 하나도 안 드니 말이야.

자, 이젠 남편 차례야. 헤이 컴온.

눈에 공포심을 잔뜩 안은 채로 남편이 스텝 바이 스텝, 물 속으로 걸어오고 있다.

 





"걱정하지마. 절대 가라앉지 않으니까. 무섭다 싶으면 손을 뻗어서 옆에 타이어를 잡으면 돼. 오케이?"

나는 남편의 손에 빵조각을 쥐어주고는 배의 후미로 데려가서 천천히 엎드리게 했다. 곧 빵냄새를 맡은 물고기들이 주위로 몰려오자 남편은 깊은 숨을 내 쉬며 처음 접해보는 환경을 천천히 인지하고 있다. 

운전을 하다보면 앞차의 주행만 봐도 운전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배 위에서 남편의 뒤통수를 내려다 보고 있자니 그가 맘 속으로 하는 말이 다 들리는 것 같다.

- 우아, 신기해! 숨이 쉬어진다.

- 히익! 물고기 되게 많네.

- 발차기를 하면 앞으로 나가게 되는 건가? 오! 돼잖아?

- 으.. 좀 무섭지만 재밌어.

흐흐. 귀여운 자식. 




 


두번째 섬은, 이걸 차마 섬이라고 불러줘야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빈약하고 불쌍하게 생긴 크고 작은 돌덩어리들의 집합소같은 인상이었다. 하지만 그 위에 뭐 나무도 있는 거 같고, 4면이 바다인 건 맞으니 이론적으로나 학술적으로나 섬이 맞으렸다. 

바다는 말이 필요없이 아름다웠고 찰박찰박 부서지는 파도는 섬을 싸고 도는 데코레이션으로 훌륭하다. 간간히 수영 고렙들이 구명조끼없이 수영과 잠수를 반복하며 마치 자기들이 인어라도 되는양 놀고 있으니, 아 님들 부럽네요. 나도 한국가면 당장 수영 배울 거예요. 

섬 외관의 설명은 이쯤 하고 이제 레알 게임, 바닷속을 들어가보면.









물 속에선 물고기들이 흡사 퇴근시간의 강남역 11번 출구를 보는 듯한 인파를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었다.

겉보기엔 존재감이 코딱지만큼이나 없었던 빈약한 섬이 사실은 수면 밑으로 어마어마한 가능성, 아니 물고기들을 품고 있는 거대한 자궁을 가진 어머니였던 것이다.

이제 막 물에 적응되고 남편은 뒤집기도 가능해진 마당에 물 속에서 셀카도 찍고 놀랬더만, 물고기가 너무 많아서 서로의 얼굴을 찍을 수가 없는 지경이다. 저리가 이것들아. 나 셀카찍어야 한단 말이야.







 


결국 물 속에서는 방해꾼들이 많아서 실패하고 위로 올라와서 찍었다. 서로서로 찍어주기로 했는데 카메라의 목줄이 남편의 목에 걸려있던 관계로.........남편 미안ㅋㅋㅋㅋ 남편의 클로즈업샷이 이렇게 웃길 줄 몰랐어 ㅋㅋㅋㅋㅋ

줄이 조금만 더 길었다면 남편의 얼굴은 멀쩡하게 나왔겠지만, 그럼 재미없잖아. ㅋㅋㅋㅋ










벌써 세 번째 섬.

이제 막 물에 완벽 적응되고 재미도 붙여서 누가 지목하지 않아도 제일 먼저 풍덩풍덩 뛰어드는 참인데 왠 해변에 내려준다. 

해변은 뭐 이쪽 동네 다 그렇듯이 하얗고 곱다. 잔잔한 파도가 밀려오고 내려갈 때마다 흰 빛의 모래들은 햇빛에 의해 여러 파편으로 나뉘어어 반짝인다. 다리 길고 가슴 큰 언니들이 고운 모래 위에 비키니입고 드러누워서 노릇하게 몸을 굽고 있으면 그 주변으로 종종 부녀지간이나 부자지간으로 보이는 이들이 해변에서 장난을 치고 있기도 한다.

그딴 거 이제 관심없고 바다로 들어가보면.









클럽데이 마지막 날 지하철 끊기기 직전의 홍대입구역 9번 출구의 인파가 있었다.

유난히 맛있어 보이는 물고기를 따라 끝없이 헤엄쳐 따라가 보기도 하고

몸집은 제일 컸으나 경계심이 많아서 내게 오지 않으려는 물고기를 향해 구애의 몸짓을 보내기도 했으며

이제 물고기따위는 지겹다. 산호와 성게, 조개따위를 찾아 나서기도 해가며 시간을 보낸다.








재밌어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른다.

지금이 몇 시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물고기 사육사로서 먹이를 주는 일을 성실하게 마쳤다.

준비해온 빵이 거의 거덜 났다. 부디 다음 섬에선 물고기가 별로 없길.. 아니면 물고기들의 먹성이 얘들처럼 유난하지 않길 바래보는 수 밖에.








이제 네 번째 섬 꼬와이다.

유일하게 이 섬의 이름만 외우고 있다. 왜냐면,

이 섬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섬이며 그만큼 겁내 아름답고 이쁘고 아기자기한 곳이기 때문이다.

각종 패키지에 필수로 들어가는 섬이며, 이 곳에서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패키지도 나와있을 만큼 인기가 많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으므로 당연히 입장료도 있고(투어 비용에 포함됨) 개발도 제한되어 있는지 건물도 없다. 

이곳에 대해 더 쓰고 싶지만 주인공은 맨 마지막이라는 동서고금의 작법론에 따라 오늘의 주인공 꼬와이는 잠깐 스킵하고 배 위에서 먹은 밥부터 먼저 쓰려고 한다.





 




애초에 이 패키지는 아침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바다에서 물놀이를 해야 하는 상품으로써 점심식사와 간식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즐겁게 물놀이도 하고, 친절한 선원들의 서비스와 안전요원으로서의 안전함을 확인하게 되면 어쩐지 식사의 퀄리티까지 기대하지 않게 된다. 이것은 인두껍을 쓴 사람이라면 당연하달까.

이만 오천원을 내고 이렇게 신나고 안전하게 놀았는데 맛이 있으면 어떻고 없으면 어떠냐.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라는 사고가 자연스럽게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한 눈으로 봐도 설렁 설렁 대충 만든 티가 나는 메뉴들은 마치 헝거게임 12구역에서 배급되는 메뉴같기도 하고, 하여간에 재료가 신선하지도 않고 고급스럽지도 않고.. 그런데 의외로

맛있다??

흰 쌀밥에 슥슥 비벼 한 입 가득 우겨넣었는데, 짭짤하니 간이 잘 맞아. 자고로 음식 간만 잘 맞으면 한 그릇은 뚝딱인 법인데.. 하여간에 태국 음식, 어디가나 기본은 하는 구나 싶고.

간식으로 나온 데리야끼 소스를 발라 구운 꼬치구이도 맛있고 삶은 옥수수와 과일도 정말 맛있게 먹었다. 당도 높은 애들로만 잘 골라왔더라. 심지어 무한 리필이어서 물놀이 하다가 중간중간에 열심히도 먹었다.

이제 다시 동서고금의 작법론에 따라 대망의 꼬와이섬으로 돌아가보면,








배에서 내려 길다란 선착장을 따라 해변으로 가는 동안 펼쳐진 바다를 둘러보니 사람들이 드문 드문 박혀있다. 순간 의아하다. 

해변과 멀리 떨어진 곳에 오도카니 서 있는 저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비밀은 수심에 있었다. 

이 섬이 신기한 것은 낮은 수면이 넓은 면적으로 이어진다는 점인데 그러니까 그 넓은 면적이 어느 정도냐면, 무릎높이에서 바다를 향해 한참을 헤엄쳐 나가도 일어서면 허벅지이다. 뭍에서 꽤 멀리 나와있는 관광객들이지만 해수면은 고작 그들의 허리 아래에 머물러있다. 따라서 수영을 못하는 자,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 물을 무서워 하는 자에겐 그렇지.

가히 지상 낙원이며, 천국이라 불러도 아무도 반박할 자가 없는 곳이라 할 것이다.

상황을 인지하자 그 동안 물이 무서워서 배에서 꼼짝 안하던 중국관광객들도 모두 우르르 내리기 시작한다. 가방에서 주섬주섬 빵도 꺼내서 물고기 밥도 주고 마음 편하게 수영도 해본다. 그러고 보니 이곳은 캐러비안베이같기도 하고 우리동네의 목욕탕을 닮았기도 하다. 아줌마들이 물 속에 앉아서 머리만 동동 내놓고 즐거이 수다를 떠는 모습이라니.. 흠흠.. 그렇다면 나도 목욕 한 번 즐겨볼까나. 










멀찌감치 자리를 잡는다. 사람은 많지만 바다는 더 넓어서 명당은 많기도 많다.

해변으로부터 멀리 떨어졌는데도 누워서 팔을 뻗으면 바닥에 닿는다.

바다니까 당연히 파도가 있어야겠지만 느껴지는 바가 없다. 그냥 찰랑거리는 탕 안에 있는 기분이다. 다만 탕이 어마무시하게 넓고, 물이 완전 깨끗하며, 무엇보다 여기 인테리어 너무 맘에 들어. 딱 내 스탈이야.

크흐. 좋구나.












해수탕 체험을 마치고 바다를 향해 한참을 나왔다.

저 멀리 보이는 해변을 미뤄 짐작해보시라. 그래봤자 수위가 허벅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나 정말 열심히도 바다를 향해 나왔다고. 

그나저나 물고기들이 사람을 무서워하질 않는다. 이곳에선

사람 = 먹이주는 이 

라는 공식이 성립된 것일까. 아직 빵을 풀지도 않았는데도 내게 물고기가 따라다닌다. 오히려 내 각질이라도 먹으려는 듯이 와서 콕콕 찌르며 덤빈다. 천적의 개념이 뒤바뀐 이 곳에서 나는 기꺼이 가지고 있는 빵을 모두 풀었다.







하늘을 보니 어느새 해가 많이 기울었다. 시간이 이렇게 흐르는 줄도 모르고 섬 4개를 돌며 신나게 놀았구나.

건강하게 잘 있으야대~ 

오늘 고마웠어~~ 

뱌뱌~~

집으로 가는 배 안에서 바다를 굽어보며 물고기들에게 인사를 건낸다.

남편의 얼굴에 만족감이 서려있는 것을 언뜻 봤다. 아마도 남편도 내 표정에서 뱔견했겠지. 서로 굳이 말하지 않아도 너무 즐거운 스노클링이었다.







  

Posted by 오드리 byod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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