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서재2015. 4. 15. 03:18



오랜만에 J양과 J언니를 만났다. 

꽤 많은 얘기를 나누었던 거 같은데 대학로의 마르쉐에서 먹은 배추꽃 크레페가 맛있었다는 것과, 여의도 OK버거의 블루치즈버거와 인디카페일 생맥의 조합은 진리라는 것이 제일 강렬한 기억이다. 그 외.. 뭐.. 둘 다 며칠 후에 유럽여행이 내정되어 있는 몸인지라 여행 일정에 대해 좀 얘기 했고.. 지나가다가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렀다는 거 정도...?

책 샀다는 얘기다.







1. 섬, 짓하다 / 김재희

얼마 전에 오프라인 서점에 갔다가 몇 장 들춰보고 사고 싶었던 충동에 휩싸였던 책이다. 프로파일러가 나오는 탐정 수사물로서 언뜻봐도 괜찮은 문장에 디테일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엔 짐도 많고, 읽고 있는 책도 많아서 그냥 지나쳤던데 알라딘 중고매장 현관문 바로 옆에 딱 꽂혀있더라.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의 수치가 수직상승하는 것을 느꼈다. 어떤 행동을 할 때 꼭 판단이 필요한 것은 아니잖나. 무판단, 무생각으로 급히 낚아채고 계산할 때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계산할 때 보니 책 가격이 9,100원이더라. 새 책과 천 원 차이라니, 집에 와서 생각하니 좀 너무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꼼꼼히 살펴보니 책의 보관 상태도 엉망이었다. 알라딘, 너네 이러는 거 아니십니다.


2. 외국어를 공부하는 시간 / 오현종

재작년에 <거룩한 속물들>을 읽으며 오현종 작가를 접했다. 괜찮은 관찰력과 심리 묘사가 기억에 남는 책이었다. 그 느낌 다시 느껴보고 싶어서 이 책을 집었다. 뒷 면을 보니 요즘같이 삭막한 시대에 3쇄나 찍혀있다고 나와있네. 심 본 기분이 들었다. 책장에 꼽혀있는 수많은 책 중에 이 책을 찾아낸 내가 너무 사랑스럽다.


3. 풍의 역사 / 최민석

그 유명한 최민석이건만 난 아직 그의 소설을 읽지 못했다. 아, 단편 하나 읽었구나. 하지만 그 안에서 사람들이 열광할 만한 부분을 찾지 못했다. 나는 그 이유를 그의 장편을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이 세계엔 장편에 강한 작가, 단편에 강한 작가가 따로 서식하는 거 같으니까. 이제 겨우 두어 장 읽어봤을 뿐인데 직감적으로 온다. 팬질의 개미지옥에 입성했다는 것을. 

돌이켜보면 시작은 늘 그랬다. 이렇게 시작해서 해당 작가의 모든 작품을 다 읽어보고는 팬이 됐다. 내 삶의 방식에 스스로 애도하는 바이다.


4. 다이어트의 여왕 / 백영옥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소설로 기억한다. 그때 나는 커피숍에서 된장질을 익혀가고 있던 무렵이었는데, 된장냄새를 폴폴 풍기며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던 스타벅스, 엔젤리너스, 탐앤탐스, 까페베네에 이르기까지 저 책이 안 꼽혀 있던 곳이 없었다. 나의 된장이미지와 안 맞았다고 생각했는지 어쨌는지 결국 난 저 책을 손도 안대고 있다가 뒤늦게 다 늙어 호기심이 동해 책을 집는다. 대박난 작품이어서 그런가 세월이 한참 지났건만 책값도 중고스럽지 않다.


5. 지와 사랑 / 헤르만 헤세

초등학교 5학년 때로 기억하고 있다. 활자중독의 무서움도 모르고 겁없이 책을 읽어내려가던 시기다. 어린 시절의 나는 집에서 버스를 타고 한 시간이나 나가야 하는 읍내에 와있다. 검은 비닐 봉투에 꼬깃한 천원짜리와 동전들을 꽁꽁 싸매여 주머니에 넣은 채로. 목욕탕집 앞에 있는 핫도그를 10개는 더 사 먹을 수 있지만 꾹 참고 서점으로 직행한다. 

나는 학교의 도서관에서 본 책을 구입하기 위해 혼자서 읍내에 도착하고서도 20분을 걸어 서점에 왔다. 내용도 좋고, 푸른빛의 표지도 너무 맘에 들어서 꼭 소장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책은 소담출판사에서 나온 <지와 사랑>이었다. 12살의 나는 그 책을 품에 안고 다시 20분을 걸어 한 시간을 넘게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했다. 조심스럽게 책을 읽다가 늦은 밤이 되자 곰인형에게 하듯이 책에 이불을 덮어주고 함께 잤다. 그 후로 오랫동안 내 기억에 존재하는 가장 애틋한 책이 되었다.

그래놓고 지금 내용이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 이게 지금 내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거 같은데, 정말 기억이 안 난다. 

골드문트와 나르치스가 되게 멋있게 싸웠던 거랑... 나무 묘사가 많았던 거랑.. 왜 제목이 <지와 사랑>인지.. 그냥 <골드문트와 나르치스>하면 안되는 건지 의문을 가진 거 정도..? 그래봐야 줄거리랑은 죄다 상관없는 내용들 뿐이고.

한번쯤 꼭 다시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내 인생을 통털어 너무 소중한 책이니까. 


6. 이별전후사의 재인식 / 김도연

제목이 좋아서 샀다. 별 재미는 없을 거 같구나.




Posted by 오드리 byod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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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ㅋㅋㅋㅋ저도 진짜 엄청 좋아하던 책 지금 내용 기억 안나는거 보면 어이가 없더라구요 정말 좋아했었는데 !!

    2015.05.07 19:25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