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책상머리2015. 4. 16. 02:48

아니 그러니까 뭘 알아야 기억이라도 하지. 이 끔찍한 사건에 대해 다들 말하는 것이 다른데 어떻게 기억하라는 거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어떻게 눈 앞에서 사라졌는지, 밝혀질 것은 하나도 없으니 각자의 이해방식으로 알아서 기억하라는 건가. 왜 세월호를 묻지마 죽음으로 기억시키려는 거지?

잊자고? 덮자고?
지난 1년 동안 나는 댓글이 제일 무서웠어. 길바닥에 내몰린 유가족들은 시민들에게 '자꾸 이런 얘기 해서 죄송합니다' , '시끄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라고 해서 미치고 팔짝 뛰겠는데 수천명의 얼굴도 모르는 것들이 비수로 만든 텍스트들을 끊임없이 올려.
아니예요. 다 그런 거 아니예요. 그러니까 유가족 분들.. 저런 새끼들 신경쓰지 말고.. 그냥 편하게 우세요... 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나 따위가 뭐라고. 그런 새끼들 피해서 근근하게 숨어 사는 나 따위가 위로라도 건낼 수 있는 처지던가. 그런데 어떻게 잊지? 내 삶의 일부분이 분명하게 묻지마 죽음이 되었는데 어떻게 잊고 새 삶을 살지?

1년이야. 잊을 수도 기억할 수도 없었던 1년이 그렇게 지났다. 분한 마음에 추모도 못하겠어. 그래도 서울광장으로 또 꾸역꾸역 나가본다. 힘 없는 촛불 하나 들고 실컷 울기라도 해봐야겠다. 오늘은 그렇게 엉망으로 지낼 참이고 내일의 엉망이 뜨면 또 어떻게 지내질 지 생각 좀 해보려고.

Posted by 오드리 byod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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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꾸역 꾸역 되새김질을 하면서... 무언가를 하려해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예쁘게 피기 시작한 개나리가 노란색인 것도,
    뜰에 지천으로 널린 수선화가 하필 노란색인 것도,
    어쩌자고 골라서 칠해놓은 대문색이 노란색이라는 것도,
    그냥 슬퍼지는 4월이네요.

    무사히 돌아오세요. 시절이 하 수상해서... 이 시절에도... 이런 걱정을 하게 만드네요. 제길... ㅠㅠ

    2015.04.17 02:0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주말에 광장에서 최루액..물대포 쏘는 걸 보고 울분이 치솟더군요. 경찰이야 정부지시를 따를 수 밖에 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 철벽처럼 서 있는 걸 보니 내가 지금 몇년도에 사는 건지 잠시 어제럽더이다..

    2015.04.21 09:41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