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15. 4. 19. 05:14



웹에 연재된 적도 없고 특별한 마케팅을 본 기억도 없다. 어느날 조용히 일본에서 건너온 마스다 미리라는 작가의 만화는 소수의 여성에게 취향저격을 날려서 입소문이 났을 뿐이다. 그런데 이 입소문이 얼마나 크게 났냐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물론이고, 마스다 미리의 다른 책에까지 인기가 들불처럼 붙는다. 출판사들는 그녀가 과거에 냈던 작품에서부터 근래에 쓰고 있는 에세이집까지 가리지 않고 모조리 찾아서 출판한다. 얼마나 왕성한 출판력인지 신간을 구경한 지 얼마 안됐는데 아까 보니 또 신간이 나왔더라. 

더 놀라운 것은 판매력이다. 찍어내는 족족 거침없이 팔려나간다. 작가에 대한 독자의 충성도가 거의 무라카미 하루키수준이다. 순식간에 그녀는 최고의 불황시장을 갱신하고 있는 한국의 출판시장에 워너비 작가로 떠올랐다.

그녀의 작품을 본 30대 언니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여자의 심리를 너무 잘 아는 작품이라고. 

그러나 남자들은 말한다. 도대체 이게 뭐냐고.

나는 말한다. 여자의 심리를 잘 알되 그 정확도가 양궁과녁의 10점 만점에 10점 안의 렌즈를 관통한 수준이라고.

나 역시 어쩔 수 없는 30대 여성이라서 그녀의 책이 나오는 족족 사서 읽었고, 여전히 읽는 중에 있다. 그 중에 제일 맘에 들어던 책부터 좀 펼쳐놓는다. 



이 책이 얼마나 내게 피가되고 살이 되었는지 붙어있는 포스트잇으로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반성한다. 만화책 원래 바닥에 엎드려서 낄낄거리며 봐야 하거늘, 나 너무 학구파스러웠지. 좀 더 학구파스럽게 이 책의 줄거리를 얘기하자면,



하와카와, 마유미, 세스코라는 여자가 있다. 그녀들은 친구사이다. 
그러다 갑자기 하와카와가 시골로 이사를 간다. 별 다른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우연히 경품으로 당첨된 자동차를 놓을 주차공간이 있는 집을 찾다보니 숲이 우거진 시골로 가게 되었다. 농사를 지을 생각은 없다. 다만 가끔 산을 산책하고 있다.
마유미와 세스코가 차례로 방문한다. 하와카와는 그녀들과 놀기도 하지만, 내버려두고 일을 하기도 한다. 
어느새 마유미와 세스코는 주말마다 찾아가고 있다. 그곳에서 숲속을 산책하고 호수에서 카약을 타기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줄거리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얼개다. 그저 한 여인이 시골로 이사가서 주말마다 친구들과 노는 내용일 뿐이라서 사건도 갈등도, 당연히 반전도 없이 밋밋하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우리 인생은 결정적인 순간조차 평범한 일상에 가려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승전결은 매스미디어와 일부 난 사람들만이 가진 전유물처럼 보인다. 그걸 잘 알고 있는 작가는 우리의 오디너리한 일상을 잘라 이 책에 옮겨놓는다. 그 평범하고도 깨달음에 빛났던 장면 몇개를 포스트잇이 붙어있던 페이지를 중심으로 여기 필사하겠다.



Scene 1 마유미와 놀다 시계를 보고 갑자기 일을 하는 하와카와


하와카와 : 이젠 난 저녁까지 일을 할 거야.

마유미 : 응, 응, 열심히 해야지. 수고해~ 난 낮잠 좀 잘게.

하와카와 : (노트북 자판을 치며) 잘자~

나레이션 : 친구를 배려하고 소중하게 대하는 것이 자신에게 부담이 된다면 그 배려와 '소중함'은 조금 거짓이다. 라고 하와카와는 생각합니다.

 



Scene 2 숲속 호수에서 하와카와는 마유미에게 카약을 가르친다.


마유미 : 그런데 배가 제대로 나아가지를 않아. 가려고 하는 방향에서 틀어져버려... 노 젓는 방법이 틀린 건가?

하와카와 : (큰 소리로) 마유미~ 손 끝만 보지 말고 가고 싶은 곳을 보면서 저으면, 그곳에 다가갈 수 있어~~

마유미 : 아. 진짜.






Scene 3 하와카와와 세스코가 숲속을 산책중이다.


하와카와 : 두부집 아저씨에게 그냥 '새'는 없어. 새에게도 모두가 그런 것처럼 이름이 있으니까. 우리도 마찬가지겠지. 그냥 '인간'이라는 사람은 한 명도 없는 거야. 그저 '인간'이라고만 여기니까 생명이 가벼워진다, 라는 말이지.






Scene 4 밤하늘을 보며 셋이서 맥주를 한 잔 한다.


마유미 : 밤이 이렇게 조용한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세스코 : 정말. 우리집 근처는 한밤중에도 매미가 우는데.

마유미 : 가끔은 까마귀도 울잖아.

세스코 : 맞아. 맞아.

하와카와 : 밝아서 낮인 줄 알고 우는 거래.

세스코 : 도시의 밤은 그렇지~

하와카와 : 이곳에 와서 밤하늘에 별이 너무 많아 깜짝 놀랐지만, 도쿄의 하늘에도 별은 똑같이 있는 거잖아. 보이지 않아도 사실은 빛나고 있는 거였어.






Scene 5 셋이 카약을 타고 있다.


마유미 : 하와카와~ 이 카약 바다에서도 탈 수 있을까?

하와카와 : 괜찮을 것 같긴 한데, 조금 더 긴 카약이 좋을 거야. 긴 게 똑바로 나가고 안정감이 있거든. 큰 바다에서 목적지를 향할 때는 똑바로 나가는 것이 빠를 테고, 강이나 호수에서는 작게 회전할 수 있는 것이 편리하고.

마유미 : 그렇군.

하와카와 : 똑바로 나갈 것인지, 작게 회전하면서 빠져나갈 것인지, 상황에 맞는 것을 선택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Scene 6 회사에서 상념에 빠져있는 마유미


마유미 : 회사는 커다란 바다가 아니다. 바다보다 좁고 작은 곳이다. 게다가 바위도 있고 굴곡도 있다. 똑바로 나아갈 수 없는 곳을 직진용의 긴 배로 가려고 하면 언젠가 고장 날지도 모른다. 작게 회전하면서 빠져나갈까~

 



대충 포스트잇 중심으로 필사한 것이 끝났다. 아마도 마스다 미리를 모르는 독자들 중에 이 리뷰를 보는 사람이라면, 언니들은 이 책에 매력을 느낄 것이고 오빠들은 멍미~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작가는일부 여성에게만 특화된 촉수를 자극하는 것 같으니까. 다만 분명한 것은 마스다 미리가 더이상 일본 30대 언니들의 정신적 지주만은 아니라는 것, 이제는 세력을 넓혀 한국의 30대 언니들의 소울메이트가 되고 있다. 비록 30대 중반의 싱글일 줄 알았던 그녀가 사실은 유부녀였다는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을 안고서도 말이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마스다 미리의 다른 책으로 다시 돌아오마. 커밍 순.







주말엔 숲으로

저자
#{for:author::2}, 주말엔 숲으로#{/for:author} 지음
출판사
이봄 | 2012-12-15 출간
카테고리
만화
책소개
마스다 미리 만화, 드디어 국내 상륙!일본 30대 싱글 여성들의...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Posted by 오드리 byod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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