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서재2015.04.24 17:36


글쓰기 붐을 타고 시중에 여러 작법과 글쓰기 책이 유행인가 보다. 하지만 요행을 바라고 짧은 시간 안에 멋진 글을 쓰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지금 당장 마음을 접어라. 

 ‘6개월 만에 작가되기’, ‘3개월 에세이 완성’ 뭐 이런 류의 제목을 달고 있는 것은 죄다 사기다. 글쓰기는 단련된 근력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런 류의 제목이 사실이 되기 위해서는 ‘(글쓰기 연습이 충분히 된 사람만)6개월 만에 작가되기’, ‘(원래 글쓰기 천재의)3개월 에세이 완성’이 되어야 옳다.

그러한 이유로 글쓰기 책에는 기본적으로 글쓰기의 근력 키우기에 대한 내용이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끊임없이 읽고, 쓰고, 고쳐 쓰라고 지시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지시가 선행되어야 어떻게 쓰는지, 어떻게 고치는지에 대한 내용을 야금야금 풀 수 있다. 이것은 말하자면 일종의 ‘글쓰기 책의 법칙’인 셈 인데,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책에서 알려주는 내용치고 별로 써 먹을 게 없다는 것을. 그저 당장 글쓰기에 급급한 사람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주기 위해 만들어진 방법이라는 것을. 그래서 글 깨나 쓴다는 사람이나 작가들은 글쓰기 책에 의존하지 않는다. 

때때로 그들이 추천하는 글쓰기 책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러한 책들은 대게 글쓰는 ‘테크닉’이 아니라 ‘문장’이 좋은 책일 경우가 많다. 활자중독인 그들은 글쓰기 책조차 독서의 일종으로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이 추천하는 글쓰기 책은 ‘좋은 책’일 순 있어도 ‘글쓰기의 방법을 알려주는 책’일 확률은 낮다. 그들이 글쓰기 책에서 감동받은 부분은 정작 우리가 필요한 글쓰기의 테크닉 부분이 아니라, 늘상 들어서 귀에 딱지가 앉은 글쓰기의 근력 키우기에 대한 부분에서 오는 공감일 테니까. 

이러한 사실을 익히 잘 알고 있으면서도 글쓰기 책을 보기 위해 도서관에 왔다. 어떤 내용을 써서 약을 팔았나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나 역시 어쩔 수 없는 글쓰기의 쪼렙이니까. 이 거라도 안 읽으면 불안하니까. 

혹시 아나? 이러다 나한테 딱 맞는 글쓰기 필살기라도 발견할지? 나만의 필살기를 찾는다는 일념으로 글쓰기 관련 신간 15종을 선별해서 읽었다. 아래는 그 책들에 관한 짧은 단상이며, 이 내용들은 개인적인 의견이므로 반박하고 싶거나 욕하고 싶으면 하셔도 됩니다. 대게는 아마 당신의 생각이 맞을 거예요. 




1. 학업과 글쓰기(기초과정) / 대구카톨릭대학교

글쓰기를 잘 하려면 학업을 잘해야 한다는 놀라운 사고방식을 가진 책이다. 표준어 맞춤법, 띄어쓰기부터 가르치고 있구나. 지문을 주고 줄거리와 주제를 파악하라고 시키는 것이 꼭 수능의 언어영역 문제풀이가 귀환한 거 같다. 나는 사람들이 애초에 글쓰기를 두려워하게 된 것이 잘못된 국어교육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은 주입식으로 대변되는 잘못된 국어교육을 답습하고 있다. 좀 거지같다. 


2. 직업과 글쓰기(심화과정) / 대구카톨릭대학교

보아하니 위의 책과 세트같은데, 여기서는 지문(혹은 주제)을 주고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고 글을 쓰게 시키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마치 부장님이 나 불러놓고 

“오드리씨, 기획안 제출하세요. 어떻게 쓰는 건지는 안 알랴줌”

이라고 하는 느낌이다. 망할 어법과 문장부호에 대한 난이도는 더욱 높아져 있다. 어떤 면으론 참대단하다. 글쓰기는 참 재미없는 일이라는 것을 온 세상에 알리려고 작정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책을 이렇게 만드나. 


3. (작가를 꿈꾸는 당신을 위한 하루 5분 글쓰기 습관) 5분 작가 / 마크레트 제라티

20여 년간 작가 양성 과정을 운영하는 작가가 쓴 책이다. 이 양반도 별 수 없다. 하루에 시간 정해놓고 꾸준히 쓰라는 얘길 하고 있다. 

“주제를 줄 테니 너는 써라. 글 쓸 시간이 없다는 것은 변명이다. 너는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의욕이 없는 거다. 할 수 있다”가 주요 골자다. 별 수 없이 진부하다. 깊이도 없고. 

★★☆


4. 글쓰기가 처음입니다 / 백승권

저자의 직업이 실용글쓰기 코치란다. 글도 많이 쓰고, 강의도 많이 하고, 무엇보다 실용글쓰기 연구소도 가지고 있는 모 대학 교수님이라니 촘 대단하신가 보다. 이처럼 엄청난 글쓰기 전문가인 느낌이 팍팍 드는 저자는 직장인과 대학생을 위한 실용 글쓰기를 가르치는 중에 글쓰기가 운전면허 따기보다 쉽다고 역설한다. 그런데 죄송하게도 도대체가 이 책을 읽고 어떻게 글쓰기를 해나갈지는 막막하다. 책의 내용에서 ‘글의 논지는 세련되게, 거부감 없이 전달하라’며 주문하고는 그의 방법으로 반어, 반문, 비약 등등을 이용하라고 하셨다. 누가 몰라서 못쓰나, 안 되서 못쓰지. 이런 하나 마나한 이야기로 무려 책 한 권을 채우셨는데, 이래서는 글쓰기가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 차라리 그냥 ‘잘~’ 써보라고 하시면 묵묵하게 노력이라도 해보겠다.

★★


5. 글쓰기 비행학교 / 비행사 김무영

손 안에 쏘옥 들어오는 핸디북 사이즈에 큼지막한 글씨, 비행사라는 특이한 직업까지, 언뜻 여성잡지 부록 같은 느낌이 들어서 던져버릴까 하다가 깔 때 까더라고 읽어보고 까자, 라는 생각이 들어 책장을 넘겼다. 헌데 의외로 술술 읽힌다. 여태 재미도 없고 흥미도 없는 문장들만 읽어왔던 터라 굉장히 반갑기까지 하다. 이 사람 뭐지? 비행사가 왜 글쓰기 책을 냈지? 저자 소개를 보니 전업작가였다. 비행사는 그냥 상징적인 의미로 적어놓은 듯. 아 뭐야 놀랬잖아.

담백하고 간결한 문장만 좋았던 것이 아니라 내용도 좋았다. 잡다한 테크닉을 추구하기 보다는 자신을 드러내는 글을 써야 한다고 못을 박은 점도 맘에 들고, 글은 엉덩이로 쓰는 것이라는 주장도 지당하다. 20년간 글을 써온 전업 작가답게 글쓰기의 본질은 3多에 있다는 것을 꿰뚫고 있는 면모라니, 존경스럽다. 그러나 어쨌건 이 책은 글쓰기 비법, 요령, 뭐 그러한 것을 알려주겠다고 공언한 책이 아닌가. 책장을 넘기는 손이 급해지고 기대감이 고조될 무렵 작가가 파는 약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은 ‘필사’였다. 맘에 드는 작가의 글을 베끼는 것, 그래… 꼭 손으로, 가능하면 원고지에 쓰라는 수기노동의 집약체 필사가 있었다. 많은 작가들이 강려크하게 추천하는 필사가 있었다. 그리고 부록으로는 다시쓰기와 거듭 고쳐쓰기가 있었다. 아아.. 글쓰기 까페에만 가도 회원들끼리 댓글로 하루에 다섯 번은 필사와 다시쓰기 고쳐쓰기하자고 결의하는 판국에 이걸 비법이라고… 허무하다. 필살기를 기대했건만 실패다. 그래도 글쓰기의 본질은 기억에 남고 의욕은 생기더라.

★★★☆


6. 명사들의 문장강화 / 한정원

각 분야에서 내노라하는 문장가들이 말하는 글쓰기에 대한 내용이라… 우리나라에 명사가 한 둘이고, 문장가가 한 둘이겠냐, 라고 생각했다가 책에 실린 명사들의 네임밸류를 보고 뒤집어지는 줄 알았다. 

시인 고은, 소설가 김홍신, 드라마 작가 김영현, 시인 안도현, 점점점, 점점점.

이 분들은 문장가의 수준을 넘어 인생이 하나의 아름다운 문장으로 점철되신 분들이 아니냐. 나 같은 미물은 찾아낼 수도 없겠지만 만약 책에 어떠한 흠집을 발견하더라도 침묵하겠다, 라는 팬심으로 두 손 모아 읽었다. 그리고 읽다가 알게 되었다. 책을 잘못 골랐다는 것을.

이 책은 명사들의 삶과 글쓰기에 대한 생각들을 엿듣는 일종의 인터뷰 모음집 같은 책이다. 글쓰기의 대한 철학은 있지만 방법은 부재하다. 요행일랑 애초에 바랄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하는 책이다. 다음 책으로 넘어가자.

★★☆


7. 직장인, 딱 3개월만 책 쓰기에 미쳐라 / 이은화

초반에 내가 사기라고 언급했던 류의 책이 등장했다. 그래도 저자 입장에서는 무지하게 공들여 썼을 책이 분명한데 내가 사기라고 단정해버려 미안하다. 그리고 나는 계속 미안하다고 해야만 할 것 같다.

저자는 평범했던 자기 삶이 책을 쓰고 나서 바뀌었으니 너도 쓰면 바뀔 거라는 논리로 책 쓰기를 강요한다. 유명저자들은 모두 책을 써서 성공했으니 너도 성공하고 싶으면 지금 당장 쓰라고 하고, 무조건 남는 장사이니 당장 쓰라고 하고, 글을 못써도, 맞춤법을 몰라도 출판사에서 기획과 교정교열을 해주니 용기와 자신감을 가지고 무조건 쓰라고 한다. 어조가 얼마나 단호박인지 계속 읽다 보면 별빛이 내린다~ 샤랄랄라 노래가 들릴 것만 같고, 뭐든 다 잘될 것만 같다. 4~50대 직장인을 타깃으로 글쓰기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겠다는 선한 의도와 저자의 사업 홍보용으로 출간했을 것이라는 껄끄러운 의도가 팽팽하게 맞물려 불쾌한 책이었다. 하지만 그나마 엉망인 글쓰기 테크닉도 제대로 짚어주지 못하는 점에선 측은지심도 들더라. 3개월 미치긴 뭘 미치냐, 읽는 내내 내가 미치는 줄 알았고만.


8. 대통령의 글쓰기 / 강원국

드디어 나왔다. 이 분야의 슈퍼스타. 

작년에 출간되서 베스트셀러가 되더니 올해까지 그 인기를 곱게도 이어오고 있는 이 책은 아마도 곧 스테디셀러라는 성으로 입성하실 귀한 몸 되실 것이다.. 책의 제목만 보면 저자가 대통령일 거 같은데 알고 보니 강원국씨라고 청와대 연설 비서관으로 재직하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게 글쓰기를 배운 독특한 이력의 주인공이었다. 

분명 역대 문장력 좋은 대통령들 이름 팔아서 숟가락 들려고 하는 부류인 줄 알고 눈을 가재미처럼 찢어가며 읽었는데 아니었다. 문장력은 노무현 대통령 못지 않고, 편집 능력과 다양한 수사법, 특히 당시의 상황묘사법은 일품이다. 단박에 책을 잡고 술술 읽어 내려갔다. 글쓰기에 대해 이론적인 내용을 설명하고 있는 부분에서도 이해가 쉽고 빨랐으며 무엇보다 진정성이 느껴졌다. 

회사원들이 삼국지를 읽으며 처세를 익히듯이, 이 책을 읽고 글쓰기를 익히는가 본데 수긍이 간다. 역시 잘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구나.

그나저나 강원국 작가님, 글쓰기 분야의 다른 책에 추천서 좀 고만 쓰세요. 지금 벌써 작가님의 추천서를 4 개쯤 읽은 거 같은데, 솔직히 추천할 만한 책 아녔잖습니까?

★★★★☆




대통령의 글쓰기

저자
강원국 지음
출판사
메디치미디어 | 2014-02-2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어떻게 써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가”대한민국 최고의 연설가,...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9. 회장님의 글쓰기 /강원국

방금 소개했던 책이 너무 유명해서 시리즈로 책을 냈는지도 몰랐네. 저자는 청와대 입성하기 전에 기업에서 회장님들의 글을 쓴, 역시나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러한 경험을 살려 2부로 ‘회장님의 글쓰기’도 같이 펴낸 듯 한데, 전작에 비해 너무 주목 받지 못해서 안타깝다. 그런데 부제가 이게 뭐야. 상사의 마음을 사로잡는 90가지 계책? 글쓰기 책이랍시고 출간해서는 계책을 알려주겠다고? 의구심 가득 안고 읽어보니 좀 있다 고개가 끄덕끄덕.

회사생활에 글쓰기보다 중요한 건 모다? 처세다. 

근데 왜 책 제목이 글쓰기냐? 계책을 글쓰기로 녹여내야 하기 때문이다. 

책상에 앉아 글만 써야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공감할 내용들이 알차게 담겨있다. 철저하게 읽는 사람 위주로 작성하는 법과 보고서와 기획서를 쓰는 방법들을 아주 그냥 디테일하게 팠다. 전작에 비해 드라마틱한 요소가 확실히 부족하긴 하지만 썩어도 준치다.

★★★★


10. 이가령 선생님의 싱싱글쓰기 / 이가령

이가령 선생님을 만나본 적도 없지만, 나는 이 책을 읽고 그녀에게 좀 반한 거 같다. 선생님은 글쓰기를 지도하는 사람이 아니라, 글쓰기를 지도하는 사람들을 지도하는 사람, 즉 글쓰기 선생님들의 선생님인 셈이다. 이 책은 초등학교 글쓰기 과목 교사들에게 가르치는 지침을 정리한 책인데,  아- 초딩, 니네 되게 좋겠다. 이런 수준 높은 교육을 받다니. 

초등학생에게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가볍고 쉬운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속 뜻은 결코 가볍지 않다. 글쓰기는 필연적으로 여러 철학적인 복합적 사고와 인과관계가 맞물려 있다. 선생님은 비록 초딩 너네가 지금은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쓰고 있지만 이것은 너의 인성교육에 피가 되고 살이 되고 있음이야, 를 거의 몬테소리 아줌마급으로 설명하고 있더라. 나는 순식간에 초딩에 빙의되서 선생님의 책을 읽었다.

책의 풀네임이 ‘재미있게 가르치고 신나게 쓰는 이가령 선생님의 싱싱글쓰기’ 인데, 정말 싱싱 써질 거 같다. 나처럼 정신연령이 낮은 글쓰기 쪼렙들에게 추천한다.

★★★


11. 생산적 글쓰기 / 임재성

일단 책의 제목부터 마뜩잖다. 생산적이지 않은 글이 이 세상에 어딨겠냐고 반문하며 이 책을 읽기 시작한다. 나는 아무리 낙서에 불과한 것이라도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그 글은 이미 생산적이라고 생각한다. 좋지 않은 마음으로 읽어서 였을까. 프롤로그부터 정신 없다. 밑도 끝도 없이 생산적인 삶을 살고 싶으면 글쓰기를 시작하라고 던져놓는다. 그리고는 정작 생산적인 삶이 정확히 무엇인지 언급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무슨 말을 하는지 두서도 없고 모호한 언어들로 가득하다. 

저자는 Part 1 에서 자신과 관련된 주변을 돌아보라, 특히 부모님의 삶을 관조하라고 주장한다. 어차피 글이라는 것이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고, 그러자면 자신의 뿌리부터 살펴야 한다는 의도라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Part 2, Part 3에서 이어지는 세련된 글쓰기 방법이나 작가적 글쓰기 방법은 엉터리다. 심지어 예시와 비유들도 글쓰기와 직접적 관계가 없어 보이는 것들도 많다. 이래가지고서야 어디 생산적인 책이 될 수 있겠나.

★★


12. 당신의 말 / 김성태 외 7인

미안. 내가 이거 왜 골랐나 모르겠네. 

글쓰기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말하기와 관련된 책이었다. 그래도 기왕 집어왔으니 별 점 매긴다. 갑자기 봉변당한 책에게 미안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별로였다.

★★


13. 고종석의 문장 / 고종석

이 분야 책을 한 권도 읽어보지 않은 나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엄청 유명한 책님이시다. 이미 글쓰기 분야의 스테디셀러이시며 많은 글쟁이들이 이 책을 찬양하는 것을 그 동안 수 없이 눈팅하며 살아왔다. 문장 좋기로 유명한 고종석 선생의 책, 고종석의 문장.

실제로 본 책은 겁나 두꺼웠다. 무겁고. 그가 말하는 대로 아름답고 정확한 글쓰기를 이루려면 이 정도 두께는 정독해줘야 하는 것인가. 나는 싫은데, 나는 그저 얇팍한 필살기 하나만 딱 득템하고 싶을 뿐인데.. 이걸 다 언제 읽지? 책의 두께만한 부담감이 책의 두께만한 무게로 내 몸을 내리친다. 설사 다 읽었다 치자. 책이 마음에 안 들어도 별 수 없다. 내가 이 책을 깠다간 좋은 책도 못 알아보고 이해도 못하는 무지몽매한 책덕후의 표본이 될 것이 자명하다. 그렇다고 이해도 못 했으면서 있어 보이겠다는 일념 하나로 낼름 별 다섯 개를 뿌릴 수는 없잖은가. 제발 좀 술술 읽히는 책이길 바래보면서 책장을 넘겼다.

몇 장만 읽어도 글쓰기의 사유에 대한 깊이가 해저 3천 미터는 거뜬한 책이라는 인상이 딱 온다. 재미는 없지만 문장을 조목조목 풀이해서 설명하는 문장조차 훌륭하다. 훌륭하기 힘든 문장들도 너무 훌륭하다. 하긴 그러니까 책덕후들이 동해물과 백두산이 입이 마르고 닳도록 예찬한 것이겠지. 

목차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별스러울 것도 없다. 그런데 읽다 보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한 섬세한 문장에 감동이 온다. 어라, 이런 느낌을 어디서 한 번 받아본 기시감이 드는데.. 뭐더라. 아 맞다. <칼의 노래>의 김훈 작가!!!

<칼의 노래>의 첫 문장은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이다. 이 문장을 만들기 위해 작가는 ‘꽃은 피었다’와 ‘꽃이 피었다’ 중에 어느 문장이 더 적절한지 일주일을 고민했다고 한다. 이 일화를 두고 사람들은 작가의 미덕이라고 칭송하고 나는 실로 어마어마한 텍스트 집착증이며 변태라고 존경한다. 그 김훈 작가의 아우라가 고종석 선생의 문장에 풍긴다. 그 변태 정신을 그대로 계승하여 글자 한 글자마다 고심하고 의미를 부여하여 아름답고 정확한 문장을 만드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이건 글쓰기 분야를 이미 뛰어 넘었다. 이런 문장들로 이루어진 시선이라면 장르불문하고 훌륭하지 않겠나. 어느새 알라딘 장바구니에 담고 있다. 이건 정말 소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나도 별 수 없이 이 책을 칭송하며 살아가겠구나.

★★★★★




고종석의 문장

저자
고종석 지음
출판사
알마 | 2014-06-02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강좌 개설 직후 전석 마감! 회사원, 주부, 대학생은 물론 작가...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14. 작가의 공간 / 에릭 메이젤

저자는 책의 서두부터 못을 박는다. 이미 세상에는 수많은 글쓰기에 관련된 책이 나와 있으므로 자신은 글을 쓰는 방법이 아닌, 글을 쓰는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겠노라고. 그리고는 정말로 작법에 대해서는 한 마디 언급도 없이 작가의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주로

자신에게 맞는 글쓰기 공간은 어딘가?

글을 쓰고 있는 너의 정신과 정서는 온전한가? 

여러 가지 방해요소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와 같은 물음에 대한 대답들이다. 글쓰기에 있어 물론 중요한 사항들이긴 하다만 내가 지금 찾고 있는 것은 글쓰기에 필요한 궁국의 필살기가 아니더냐. 잘못 골랐다.

★★☆


15. 작가처럼 써라 / 정제원

희한한 책이다. 보통의 글쓰기 책은 문법을 가르치거나 더 나아가 수사를 가르친다. 좀 더 전문적으로 가르치려 한다면 캐릭터의 구성방법과 풀롯, 이른바 기승전결로 일컫는 것들을 가르치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단락’을 가르치겠다고 공언한다. 생각해보니 그럴 듯 하다. 지금 당장에야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해 이를 악물고 있지만 사실 정작 중요한 것은 단락이 아니었나. 작가도 독자도 한 단락이 끝난 뒤에야 비로소 새 숨을 쉬며 다음 단락으로 넘어간다. 작가는 결국 매끄러운 단락을 만들기 위해 문장을 반복해서 고치고, 독자는 단락의 흐름을 따라 책을 읽어가는 것이다.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점을 짚어 책까지 내준 저자 땡큐!

이어서 땡큐한 저자는 좋은 단락을 쓰기 위해 훌륭한 작가들의 단락을 살피자며 주옥과도 같은 예문들을 줄줄 늘어놓는다. 그런데 읽어갈수록 점점 저자 지못미 사태가 발생한다. 단락을 쓰는 방법이나, 단락과 단락을 이어주는 기술이 우리가 모두 아는 일반적인 글쓰기 요소들이라는 것. 새로울 것 하나 없는 주장을 읽어가다 보니 마음이 아파온다. 미안하다. 내가 원래 식견도 없으면서 별점만 짜서.

★★★


결국 궁극의 글쓰기 필살기는 얻지도 못하고 글쓰기 관련 책 15종의 리뷰가 끝났다. 역시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구나. 급할수록 돌아가랬다고, 가장 느린 방법이 어쩌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진리만 다시 확인한 셈이 됐다. 그래, 글쓰기에 방도가 어딨겠나. 그저 묵묵히 책 읽고, 쓰고, 고치고, 또 쓰는 거 뿐이지. 에잇. 맘 상한다. 맘 상해.

    



Posted by 오드리 byod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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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써도 써도 어려운게 글쓰기인 듯 해요. 어쩌다보니 저도 내내 쓰는 게 일이 되었는지라... 집에 영어 논문 작성법, 따위의 책이 있습니다만... 별 도움 안되는건 마찬가지네요. 그저 많이 읽고 쓰고 고치는 수 밖에요. ㅠㅠ

    2015.04.25 12:3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shec0513

    퍼가요

    2015.04.25 19:4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고 쓰는 것도 중요하고... 개인적으로 책을 내는것 뿐 아니라 블로그에 글쓰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책쓸 정도의 위치와 재력, 능력이 있는 사람이 현실적으로 많지 않기도 하구요.

    2015.04.25 20: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사실 답을 알고있으면서도 지름길을 찾고 싶어하지요 다들 ㅎㅎㅎ리뷰 잘읽었어요

    2015.04.28 02: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비밀댓글입니다

    2018.12.25 09:51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