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서재2015. 5. 1. 02:09



뒤늦게 씨네21을 몰아서 보고 있는데 헐- 벌써 넘버 1000, 천 회를 맞았다니. 덜덜덜...

이제 씨네21을 잡지계의 이순재라해도 그 누가 반박하겠냐. 흥했고 망해가며 이미 망한 잡지계에서 꼿꼿하게 건재하고 있는 모습이라니, 애독자도 아니었던 나도 아스라히 감격이 밀려온다. 999회는 스킵하고 넘버 1000회부터 대충 볼 거다. 

이건 마치 초밥집에서 제일 기름지고 달달한 장어초밥부터 먹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남들이 광어부터 먹으래도 나는 나의 길을 가겠노라, 선언하는 작은 혁명과도 같다. 이 혁명에 세상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 내가 999회를 스킵하고 1000회의 첫 장을 넘기는 것을 그릇된 눈으로 보지말아 주thㅔ요. 






한홍구 아저씨 또 책 냈네.

이렇게 다작하시는 비법이 참 궁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하여간 알았어요. 곧 살펴볼게요.







주르르 보다가 영화 비평의 몰락에 관한 부분을 다룬 인터뷰에 눈이 멈춘다. 몰락했다고 여기 저기 푸념하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정작 속사정에 대한 부분은 알지 못해 궁금하던 차였다. 관련 내용 부분만 찾아서 여기다 붙여넣고 싶은데, 그 어디에도 내용을 찾을 수가 없다. 오로지 잡지를 구매한 자만 읽을 수 있구나. 나 그럼 필사해야 하나. 고민하며 읽어보니 역시 내용 좋다. 아....ㅅㅂ 하지 뭐.


허문영

얼마 전 시네마테크 소식지에 봉준호 감독이 한국 영화계에서 지난 10년간 일어난 가장 큰 변화가 "비평의 몰락"이라고 답했다. 비평가들이 그런 말을 하면 좀 민망하다. 배고픈데 밥 더 달라는 말 같아서.(웃음)구조 요청 같은 말로 들릴 수 있는데, 감독이 그런 말을 하니 좀 창피하기도 했고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김홍준

'몰락'은 좀 과장 같다. 몰락할 만큼 높이 올라간 적이 없다. 90년대 중반 영화에 대한 폭발적인 담론이 있었다. 주로 신문의 '사회면'에 실리던 영화가 90년대 부터 문화면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기 시작했다. 영화 비평에 대한 대중적 수요가 있었고 그걸 쓰는 사람도 많아졌다. 지금은 다시 60년대로 돌아간 것 같다. 영화가 다시 사회면에 실리기시작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간접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기관은 대학이라 생각한다. 학문으로서의 영화, 연구자들이 서로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인프라가 없는 상태에서 영화에 대한 비평만이 수준을 유지하고 활발하기를 기대하는 건 기형적이다. 한국에서 영화 비평이 부상했던 시기를 보면 다들 너무 바빠 보였다. 아카데이 영역과 저널리즘, 크리티시즘(비평)은 구분돼야 하는데, 그걸 한 사람이 다 했다. 아침에는 비평을 쓰고 점심엔 라캉을 강의하고 저녁엔 박사 논문을 쓴다. 정신분열적이다.(웃음) 아카데미가 더 탄탄해지기 위한 노력이 없는 상태에서 비평의 몰락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정성일

나는 영화가 알고 싶었고 이론에서 답을 찾았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15년간 좇았던 이론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것은 '영화는 환상이야, 그러니 정신 차려. 꿈에서 깨어나세요'라는 명제였다. 숱한 이론들은 영화가 이데올로기고 꿈이고 환상이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내가 영화에 대한 사랑을 느낀 이유를 새삼 깨달았다. 나는 영화에 마법의 순간이 있기 때문에 사랑했다. 그런데 감히 이론 따위가 나에게 꿈에서 깨어나라 마라 할 수 있단 말인가. 이후 나는 이론과 싸우기 위해 비평을 쓸 것이라 다짐했고 더 열심히 이론을 공부했다. 그들이 부정한 걸 긍정하기 위해서였다. 내 사랑을 방어하는 것이 비평의 임무라 생각했다. 그래서 존 포드를 보고, 라울 월시, 더글라스 서크, 마노엘 드 올리베이라, 누벨바그, 베드로 코스타, 왕빙을 보았다. 나는 이론이 우리에게 끊임없이 꿈에서 깨어나라고 말할 때 영화를 방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여기까지 와서 영화를 보는 이유는 마법의 순간을 다시 맛보고 싶어서가 아닌가.


허문영

상업적으로 기획됐지만 감독의 개성이 살아있는 중요한 영화가 비평과 행복하게 만난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 시절은 2000년대 중반에 끝이 났다. 그 이후 비평가들은 영화 산업과는 다른 영역에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해왔다. 비평의 몰락이 의미하는 건 영향력 있는 지면에서의 비평의 실종이라고 본다. 또는 '비평가'들의 몰락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평이 몰락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비평은 몰락하고 말고 할 게 없다. 이미 1995년에도 평론을 읽지 않았는데 새삼스레 20년이 지난 지금 읽지 않는다고 통탄할 일도 아니다. 비평이란 건 비평을 안 하면 견디기 힘든 사람들이 계속 하는 거다. 그게 제도적으로 보장 안 된다고, 일간지에 실어주지 않는다고 몰락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기성 영화평론가들이 몰락했다고 생각할 수는 있어도 영화 평론 자체가 몰락한 건 아니라고 본다. 트위터나 블로그 등 오히려 더 범위가 넓어지고 더 다양한 의견들이 활발하게 개진되고 있다고 본다.


정성일

한편으론 비평의 몰락은 어쩌면 별점 따위로 환원된 20자평들을 향한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자마자 즉각 그에 대해 감히 비평을 쓸 수 있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비평을 위해 시간을 벌어야 하고, 생각한 만큼의 시간이 담겨야 한다. 보자마자 평을 쓰는 건 이미 평이 아니다. 자동반응이다. 나는 내 동료들이 영화에 대한 마법의 순간을 되찾고 그 기쁨을 독자에게 되돌려줄 때 비로소 영화의 편에 서서 우정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으어 힘들다.. ㅜㅜ

일부분만 발췌했는데도 손에서 쥐가 난다. 이런 노고를 생각해서 씨네21이어.. 저작권 관련으로 고소하지 말아주세요 ㅜㅜ 이미 과월호가 아닙니까. 부디 자비를..(손 싹싹)






3호선 버터플라이 멤버 중에 시인이 있는 줄도 처음 알았고, 그가 이렇게 좋은 문장력을 가진 줄도 처음 알았다. 영화 <위플레시>에 대한 내용을 아주 내 맘에 쏙 드는 시선으로 써 놓으셨던데... 그래도 필사할 수는 없다. 의외로 저거 마이 힘들어. 다신 안해. 읽고 싶으면 구입해서 읽자.





이 만화책 재밌겠는데?

책 추천 언제나 고맙다. 엊그제 비워놓은 장바구니가 다시 무거워지고 있지만 괜찮아. 나 어제 커다란 책장 샀으니까. 흐흐흐흐흐.


 

Posted by 오드리 byodri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