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책상머리2015.06.18 15:01



신경숙 작가가 표절을 인정하지 않을 거라는 건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 처음 일어난 표절 의혹이 아니었고, 그 때마다 부인했으니 이번에도 역시 발뺌하지 않겠는가. 한편으로는 작가가 표절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모습을 통해 멋진 인성을 보여줬으면 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녀가 가진 오랜 표절의 역사는 기실 나의 관심사는 아니다. 그러나 명백한 문장 표절 앞에서 문학계가 보여준 행태에는 가슴이 찢어진다. 더 정신차리고 깨어있어야 할 판에 시대착오적인 판단으로 스스로 제 명줄을 끊고 있는 것 같아서 내내 마음이 쓰렸다.

그 와중에 내가 사랑하는 출판사 창비가 작가를 옹호하는 입장을 밝혔다. 가슴에 붙어있던 심장이 내려앉아 대퇴부 근방에서 뛰는 것만 같았다. 창비가 이럴 수는 없다, 다른 출판사라면 몰라도 창비가 이럴 수는 없다, 내 사랑 창비가 이러면 안된다,를 퇴내였다. 애지중지하며 키운 자식이 범죄를 저지르는 행위를 목도하는 기분이 들었다.

어떻해야 하나. 가지고 있던 신경숙 책을 모아 불사지르는 동영상을 올려야 창비가 생각을 고쳐먹으려나, 이런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고 있을 때 창비의 직원이 트위터 계정을 파고 이런 입장을 전했다.


보자마자 폭풍 감동 ㅠㅠㅠㅠㅠㅠ

내 사랑이 헛되지 않았구나. 엉 엉 엉 ㅜㅜ


솔까말 지금 창비가 창비일 수 있었던 것은 거기 직원들 덕분이다. 문동처럼 돈이 많길 하냐, 민음처럼 질 좋은 외서가 많길 하냐, 그저 쿰쿰하고 꼬릿꼬릿한 냄새나는 한국 문학가지고 어떻게든 대중과 접점을 만들어보겠다고 고생 고생해서 여기까지 왔다. 그것을 두고 누구는 국내 문학 컨텐츠의 힘이라 하고,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출판사의 저력이라고 하지만 웃기말라고 해라.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저런 꼰대의 주장이 먹히냐. 독자의 입장에서도 새로운 창비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수긍이 가는 이유는 그동안 창비가 변하는 미디어에에 맞춰 성장했음을 충분히 인지하는 탓이고, 그에 공은 대부분 창비의 직원분들께 가야한다고 믿고 있다.
저렇게 회사의 입장과 반대되는 의견을 트위터에 올린 직원분, 용기도 대단하지만 확실한 바이럴을 위해 개그코드까지 탑제했다.




자체 디스로 이런 것을 리트윗하기도 하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하다는 대통령개그까지 선보이고 있다.


마음껏 기쁘다.

내가 사랑하는 대상이 비록 실수는 했을 지언정, 아직 생각은 바르게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므로.

여전히 사랑하고 지지할 것이다. 

창비.. 창비.. 창비는 계속 흥해야 한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창비에서 나온 신간을 구입하셔야 합니다.

뭐합니까 얼른 구입하지 않고?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79687




Posted by 오드리 byod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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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슬프더라구요. 그렇게 교활한 작가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읽고 읽어서 남의 문장과 내 문장이 헷갈릴 정도라고 생각하기에는... ㅠㅠ

    그렇다고는 해도

    시절이 시절인지라
    저 사건도 언론이 더 심하게 부르르르 끓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들더라구요... ㅎ

    2015.06.28 06:3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