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작가가 표절을 인정하지 않을 거라는 건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 처음 일어난 표절 의혹이 아니었고, 그 때마다 부인했으니 이번에도 역시 발뺌하지 않겠는가. 한편으로는 작가가 표절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모습을 통해 멋진 인성을 보여줬으면 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녀가 가진 오랜 표절의 역사는 기실 나의 관심사는 아니다. 그러나 명백한 문장 표절 앞에서 문학계가 보여준 행태에는 가슴이 찢어진다. 더 정신차리고 깨어있어야 할 판에 시대착오적인 판단으로 스스로 제 명줄을 끊고 있는 것 같아서 내내 마음이 쓰렸다.
그 와중에 내가 사랑하는 출판사 창비가 작가를 옹호하는 입장을 밝혔다. 가슴에 붙어있던 심장이 내려앉아 대퇴부 근방에서 뛰는 것만 같았다. 창비가 이럴 수는 없다, 다른 출판사라면 몰라도 창비가 이럴 수는 없다, 내 사랑 창비가 이러면 안된다,를 퇴내였다. 애지중지하며 키운 자식이 범죄를 저지르는 행위를 목도하는 기분이 들었다.
어떻해야 하나. 가지고 있던 신경숙 책을 모아 불사지르는 동영상을 올려야 창비가 생각을 고쳐먹으려나, 이런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고 있을 때 창비의 직원이 트위터 계정을 파고 이런 입장을 전했다.
보자마자 폭풍 감동 ㅠㅠㅠㅠㅠㅠ
내 사랑이 헛되지 않았구나. 엉 엉 엉 ㅜㅜ
자체 디스로 이런 것을 리트윗하기도 하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하다는 대통령개그까지 선보이고 있다.
마음껏 기쁘다.
내가 사랑하는 대상이 비록 실수는 했을 지언정, 아직 생각은 바르게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므로.
여전히 사랑하고 지지할 것이다.
창비.. 창비.. 창비는 계속 흥해야 한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창비에서 나온 신간을 구입하셔야 합니다.
뭐합니까 얼른 구입하지 않고?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79687
'집 안 > 책상머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경숙 표절에 대응하는 창비 직원의 자세 (1) | 2015.06.18 |
---|---|
'면접'으로 소설을 써보자 (0) | 2015.06.08 |
518, 구남친 오빠는 잘 살고 있을까 (1) | 2015.05.18 |
티스토리 이메일로 비번찾기, 메일 계정 없어졌으면? (3) | 2015.05.14 |
잊지않을게, 기억할게? (3) | 2015.04.16 |
휴대폰의 사진 목록에서 의아한 사진을 발견했다. (1) | 2015.02.15 |
밀림의 산소같은 남좌~ (0) | 2015.01.19 |
[식중독걸림]더러움에 주의하세요. (4) | 2015.01.18 |
John Holcroft 일러스트들 (1) | 2015.01.08 |
아직도 가정에 귀가하지 않은 남편에게 (6) | 2015.01.05 |
통진당 해체에 따른 단상 (1) | 2014.12.19 |
댓글을 달아 주세요
슬프더라구요. 그렇게 교활한 작가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읽고 읽어서 남의 문장과 내 문장이 헷갈릴 정도라고 생각하기에는... ㅠㅠ
2015.06.28 06:3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그렇다고는 해도
시절이 시절인지라
저 사건도 언론이 더 심하게 부르르르 끓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들더라구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