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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3.11 [태국]할 일 없이 산책하며 수상버스, 딘타이펑, 빅씨마켓
집 밖/마실2015. 3. 11. 21:43


평화로운 카오산을 지나 왕궁을 갈까, 근처 관광지를 갈까 하다가 무작정 걸어보기로 한다.

언제나 좋은 것 중 하나는 사랑하는 사람이랑 손 붙잡고 수다 떨면서 한 없이 걷는 일일 것이다.

도처에 널려있는 관광지와 유적지가 아쉽다. 그래도 잦은 여행경험에 미뤄보아 오래 남는 기억은 늘 이런 순간이었다.

그런 이유로 사실상 방콕을 여행할 수 있는 일정이 오늘 하루 뿐이었지만 우리는 산책을 한다.

우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건 결국 사소한 시간들이 쌓여지며 만들어내는 것이리라.







카오산 로드 뒷길을 넘어 걷다보니 태국의 독립기념탑 부근까지 왔다.

내가 알기로 태국은 어느 곳의 식민지가 된 적이 없는 나라인데, 독립기념탑이 왜 있는 거지?

저 웅장한 외관으로 볼 때 사소한 독립의 흔적은 아닌데...

타국의 역사를 모르는 나는 무심히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눈을 돌린 곳엔 관광객을 위한 지도가 걸려있다.

이 스마트한 세상에 아날로그미 철철 넘치는 종이지도라니.

역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기술과 인프라가 아닌 작은 배려에서 나온 마음이라는 걸 태국은 알고 있구나. 

역시 관광대국답다.







지도를 보니 조금만 더 걸으면 수상버스를 탈 수 있는 곳이 나온다.

우리는 이 버스를 타고 방콕시내로 나가보기로 한다.

방콕의 명소 수상가옥은 볼 수 없었지만 수상버스는 타는군,

버스터미널에서 이렇게 궁시렁대는 사이 남편이 기념사진을 찍는다.

내 뒤로 보이는 버스가 다니는 물길이 햇살에 반짝 반짝 빛이 난다.







일단 배에 몸을 올리니 묻지도 않고 출발한다. 

물살이 배 위에 튀어 오를라 치면 승객들이 알아서 플라스틱 천막같은 것으로 차양막을 올리고 

좀 잔잔해지는 구간이 되면 안내원이 알아서 차비를 걷는다.

현지에서는 아주 오랫동안 유지해오는 교통편인 이 배 위에서

승객과 차비를 받아내는 안내원 모두 노련하다.

수로 옆에 자연스럽게 몸을 내리고 피어대는 꽃들에게 마저 시큰둥한 눈길을 보내는 현지인들과

모든 것이 처음이라 신기한, 우리를 포함한 몇 명의 관광객들이 동그란 눈을 밝히고 있다.







배는 달리고 나는 배에서 보이는 현지인들의 집을 구경한다.

낡았음에도 불구하고 예쁜 집일까. 

낡아서 예쁜 집일까.

지어진 건축양식은 모두 다르지만 낡은 모양새는 모두 같았서 정겨웠다.

아파트, 다세대 빌라, 주택..

어디가나 똑같은 모양새의 집에 나는 어느새 집에 대한 지루한 고정관념이 있었나보다.

타국의 낯선 집들을 엿보며 나는 자유스러웠다.







드디어 시내 도착.

방콕 시내는 카오산과 정말 딴 세상이다. 인구밀도가 거진 서울과 다름 없다.

저 건물안에 딘타이펑이 있다길래 먹으러 왔는데...

이제 저 다리만 건너면 딘타이펑이 있는데...

태국 여고생들이 갈래머리를 하고 내 옆을 걷고 있다.

아.. 나는 교복페티쉬가 있나. 교복입은 언니들 보면 왜이렇게 좋은겨.

빨리 걷어가고 싶지가 않다. 천천히 교복 언니를 좀 더 보고싶다.

(하지만 역시 교복 언니는 홍콩이 젤 이쁜 듯..)







건물 앞 제단에 사람들은 향을 피우고 무언가을 빌고 있고

우리는 제단에 장식된 동물들을 보며 귀엽다고 난리를 떨고 있다.

현지인들은 두 손 모으고 고요한데

누가 관광객 아니랄까봐 우리들은 들떠있다.

지금 봐도 저 물소 목각인형들 넘흐 귀엽다.

아 배고파. 진짜 배고파.

아까 밥 먹은지 벌써 두 시간이나 지났어.





건물 안에 딘타이펑.

무슨 궁전인 줄 알았다. 

중국 객잔을 옮겨놓은 듯한 인테리어.

우거진 나무 밑에서 차를 곁들일 수 있도록 bar도 만들어 두었던데..

이 규모에 비하면 한국의 딘타이펑은 그냥 동네 라면집 수준이다.

둘러보니 건물 안에 딘타이펑과 같은 중국계열 음식들이 참 많다.

이제는 어딜 가도 중국음식은 편하게 먹을 수 있구나.







딘다이펑 마스코트 딤섬이(?)

입구에 딤섬이가 딤섬을 들고 있는 모습을 지나쳐 입장.






들어서자마자 천장이 한참 높다는 것을 깨닫고 황홀해진다.

넓고 쾌적하고 화려한 풍모의 인테리어는 한국에서도 흉내낼 수 있지만 높은 천장만큼은 흉내내기 어렵겠지.

건물 임대료비 효율성이 맞지 않아서 호텔이나 최고급 레스토랑이나 방문해야 구경하게 되는 높은 천장이다.

천장이 높으면 의자에 몸을 푹 파묻고 고개를 들어 한숨 쉴 맛이 난다.

내겐 높은 천장이 갖는 의미가 고작 이 정도지만

그래도 천천히 둘러보니 기품이 있어보이긴 하는 천장이었다.








밥 기다리면서 사진도 찍고

한국의 딘타이펑과 비교해가며 수다도 떤다.

애초에 이곳에 온 이유가 한국의 딘타이펑보다 가격이 저렴해서였는데

생각보다 너무 고급진 식당이라서 우린 횡재한 기분이었다.






우롱차와 레몬홍차였던듯 싶은데...둘 다 마셔보고 반했다.

우롱차는 정말 진하고 깔끔했다.

목넘김도 부드럽고, 이제까지 내가 마셔본 식전 우롱차 중에 최고라 할 수 있는 맛.

느끼한 중국 음식을 먹어도 이 차 한 모금이면 입안이 금새 무거워지고 깔끔해졌다.

홍차도 묵직하고 부드러운 것이 일품이긴 마찬가지였다. 

레몬으로 산미도 잘 조절되서 이 차를 마시고 나면 금새 음식이 또 당긴다.

거의 차를 요리급으로 해서 내왔다.

아직 요리을 먹지 못했지만, 이 정도면 요리는 안 먹어봐도 뻔하겠다는 기대감이 우릴 감싼다.

차 선택을 잘 했다며 서로 자화자찬을 하는 사이 음식이 나왔다.








새우 완탕.

완탕면으로 시킬까 하다가, 배부르면 다른 메뉴를 못 먹을 거 같아서 완탕으로만 시켰는데 국물을 먹어보니 완탕면도 대박이겠구나 싶었다. 진하고 깔끔한 국물은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다.

만두는 보이듯이 피가 얇다. 

탕 속에서 얇은 만두피가 나풀거리는데 마치 나비가 허공에서 날개짓하는 모양새다.

탱글한 새우살을 어금니로 씹고 나면 얇은 피가 새우살을 덮는다.

깔끔한 국물을 한 수저 넣어주면 입 안에서 걸리는 것이 없이 후루룩 식도를 넘어간다.

감탄만.. 계속 감탄만 했던 기억이다.

먹으면서 너무 좋아서 울고 싶었다.





샤오롱 바오 두가지, 게살 샤오롱 바오와 돼지고기 샤오롱 바오를 시켰더니 곧 이어 육즙이 꽉 찬 샤오롱 바오가 서브됐다.

전에 완탕의 감동이 너무 강렬했던 탓일까, 게살 샤오롱 바오는 심심했다.

재료는 신선했지만, 게살은 새우나 돼지고기처럼 강한 맛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심심하다.

게살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니 뭐라고 못하고 돼지고기 샤오롱 바오를 먹는다.

역시나 명불허전.. 익히 우리가 아는 샤오롱 바오보다 훨씬 진하고 깊은 맛이구나.

너무 맛있다 ㅜㅜ

배가 터질 거 같으면서도 우린 참 잘먹어댔다.

이렇게 잘 먹는 남편이 내 남편이서 좋다.

물론 이렇게 잘 먹는 마누라가 니 마누라여서 좋겠지.

나도 안다. 당신 마음. 

으헤헤헤헤







딘타이펑을 나오니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풍경은 꽉 막힌 도로.

태국도 교통체증 심각하다.

도심은 서울과 다를바 없어서 출퇴근 러시아워 끔찍하긴 매한가지고

평소에도 이 정도는 막혀주신다.







근처에 슈퍼마켓인 빅씨마켓에 왔다.

태국의 물가도 좀 보고... 여러가지 물품도 구경하고 싶기도 했지만

사실 망고스틴을 구입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 망고스틴.

망고스틴은 주로 5월부터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 지라 지금은 구하기도 어렵고 구해도 굉장히 비싸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구해서 먹고싶다. 

한국에서 먹는 망고스틴은 정말 너무 저질이니까.

그 맛있는 과일을 냉동해서 팔고 있는데.. 태국에서 먹는 맛이 절대 안 날 뿐더러

껍질 까보면 태반이 썩어있기까지 하다.

이 예민한 과일이 오랜 시간 이동 중에 무사했을리 없지만

그래도 기대하며 껍질을 까고 나면 너무 서글프기 짝이 없다.

오랫동안 냉동된 탓에 과육에선 서늘함이 풍겨나오는데, 그 서늘함을 맡고있으면

내 마음도 냉동 동결처리되듯이 서늘해진다.



 


장바구니 참 독특하다.

나는 태국의 마트를 런어웨이 걷듯이 활보하며 기어이 철도 안된 망고스틴을 찾아냈다.

찾아낸 망고스틴이 생각보다 너무 비싸서 다른 마켓을 가보니 더 비싸게 팔고 있었다. ㅠㅠ

태국이 전반적으로 물가가 비싸진 것일까, 아님 제철이 아니라서 비싼 것일까.

좌우간 제철일 때 노점에서 산 가격의 다섯배를 주고 구입한 망고스틴을 소중하게 가슴에 품었다.

망고스틴을 사러 갔지만, 그래도 사람이 인정이 있지 어떻게 망고스틴만 사오겠나.

몇 가지 이것 저것 사 들고 게스트하우스로 컴백했다. 






위부터  마이통비누, 소금맛, 고추맛 초콜릿, 망고스틴이다.

홈스파로 유명한 태국인들이 애용하는 마이통비누.

한국에서 비싼 가격으로 거래된다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비누향내가 대박이어서 안 사올 수 없었다.

남편이 여행 마치고 집에 갈때 사자고, 지금 사면 짐이 된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일단 샀다.

나중에 일정에 차질이 생겨 이 비누를 못사고 한국으로 돌아온다면 나는 일년을 두고두고 남편에게 바가지를 긁을 것이 분명했다.

남자들이 이해 못하는 여자들의 습성이 있는 건데, 이를테면 이런 거다.

제발 남편아, 내가 뭐 사려고 하면 딴지 좀 걸지 마라.

다음으로 초콜릿들.

소금맛 초콜릿이라니, 고추맛 초콜릿이라니.

특이해서 샀고, 남편이 초콜릿을 좋아해서 사주고 싶어서 샀는데 정말 맛있어서 어이가 없더라.

소금맛 초콜릿은 달콤한 초콜릿 사이에 소금이 알갱이로 드문드문 박혀 있다. 

소금이 녹으며 입 안이 짜지는 순간을 다시 초콜릿의 달콤함으로 매우는 감각이 일품이었다. 소금맛을 볼 때 경쾌한 느낌도 나고.

난 초콜릿도 별로 안 좋아하는 여자인데 두고두고 조금씩 빼 먹었다.

고추 초콜릿은....칼칼하다.

칼칼한 가운데 달고.. 그러다가 다시 칼칼해진다.

이거 뭐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하여간에 신기한 맛이다.







쇼핑을 마치고 밖에 나오니 맘에 쏙 드는 설치미술이 있어 기념사진을 찍는다.

사람들이 태국이 동남아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후진국이라는 인식이 좀 있는 거 같은데

그런 사람들에게 태국의 예술품을 보여주면 어떤 생각을 할까.

외국계 자본이 많이 유입되서 인지 태국은 미술과 광고쪽의 우수함이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굳이 GDP들먹거릴 것이 아니라, 문화와 예술의 우수성만으로도 태국 시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도심에 설치되는 미술품에 관심이 많은편인데

우리나라는 장소에 상관없이 너무 쌩뚱맞고 어이 없는 미술품들이 많아서 속상하다.

미술품을 자본의 논리로만 받아들이는 사고방식에 어이없고 때때로 혐오한다.

시청광장에 솟아있는 소라뿔 모양의 탑이 그곳과 무슨 상관이 있나 싶기도 하고

광화문에서 내노라하는 현대식 건물 입구에 걸린 조선시대풍의 모란 그림을 보면 기막히고

도로 중간에 박혀있는 네모난 비석들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며

고즈넉한 종로길을 걷다가 만나는 에로틱한 석상에 할 말을 잃는다.

나는 조금 더 재치있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설치미술을 원한다.

내가 부지런히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이 미술품 처럼 말이다.







계속 산책을 하다가 코끼리 설치미술품을 만났다.

코끼리 가족을 형상화한 듯 한데, 어쩜 이렇게 둥글하고 마음 무너지게 이쁘게 만들어놨는지..

엉 엉 엉 ㅜㅜ

코끼리 성애자인 나는 이 때 좀 미친 거 같다.

코끼리 엉덩이도 만지고

귀도 만지고

껴안았다가

볼도 부비고

내내 떠날 줄을 몰랐다.

해가 지는 줄도 몰랐다.


왕궁과 각종 유명 관광지를 포기하고 산책길을 나선 우리는 

덕분에 잊지 못할만큼 맛있는 음식과 마음에 쏙 드는 설치미술품을 만났다.

어느 한 순간조차 즐겁지 아니한 시간들이 없구나.


 

Posted by 오드리 byod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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