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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4.08 [태국] 씨암센터 쇼핑, 그리고 마지막 먹방 (3)
집 밖/마실2015. 4. 8. 15:20



그간 우리는 태국에 무얼 했나.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우선 방콕 카오산 로드에서 먹었고, 

친구 E양을 만나 같이 먹었고,

꼬창에 들어오면서 먹었고,

스노클링하면서도 먹더니,

꼬창에서도 먹다보니 오늘에 이르렀고,

오늘은 태국에 온지 5일이 되는 날이자, 벌써 여행의 마지막날이다.

꼬창을 떠나기 위해 아침부터 선착장에 나와있는데 

누가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했는지, 집 하나도 안 그립고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그래도 아침은 먹어야지.

선착장 앞에 허름한 집으로 들어가 볶음밥과 팟타이를 시키고 입가심으로 망고쥬스를 시켜본다.

식사는 모두 50밧, 우리돈으로 천 칠백원가량이다. 싸구려 멜라민 식기에 언제 먹어도 감동스러운 감칠맛이 담겨 나왔다.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맛이구나. 

이제는 당연하게 생각되는 이 맛이 돌아가면 얼마나 그리워질까.

같은 가격의 망고주스를 받아드니 망고를 얼마나 넣은건지 스타벅스 벤티사이즈다.

이렇게 맛있고 이렇게 인심좋은데 우린 왜 즐길 수 없는 것인가.

엉엉엉










 


식사를 마치고 배에 오르니 신사 숙녀분들은 이미 좌석에 착석해계시고 거지 배낭여행자들은 바닥에 누워계신다.

꼬창, 세이 굿바이... 를 읖조리며 '그나저나 우리 짐을 다 실었나?' 살펴보니 어머나.

저기 저 귀여운 동양남자 누구래.

서양인들에 비해 월등히 머리가 커서 유난히 더 귀엽고

그 큰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두리번 거리고 있어서 완전 귀엽고

왜 꼭 아기처럼 배낭끈은 붙잡고 있는 건데 ㅋㅋㅋㅋㅋ

어제 빨아서 물빠진 옷은 결국 입었구나 ㅋㅋㅋㅋㅋㅋ

아 보면 볼수록 귀염 터지는 내 남편,

진심으로 내꺼중에 채고시다.











이제 왔던 길을 되돌아가 이 버스를 타고 방콕으로 가야한다. 

이제까지 민소매 셔츠와 핫팬츠를 고집했던 나는 양말을 찾아 신고 운동화로 무장한다. 

원피스 안에는 한국에서 입었던 바지를 꺼내 입었으며 담요를 허리춤에 묶는 것도 모자라 스웨터를 어깨에 둘렀다.

에어컨이 쌩쌩하다 못해 살벌한 버스를 타고 가기 위한 준비과정이다. 과장 좀 보태서 이 버스를 타고 꼬창에 내려올 적에 어찌나 추웠던지.. 밖은 더워서 달리의 초현실주에 입각한 그림처럼 사물이 녹아내리고 있었는데, 버스 안은 설국열차가 따로 없었다. 

평균기온 36도에 육박하는 곳에서 이 무슨 짓인지 모르겠다만, 자고로 여자의 몸은 따뜻해야 하므로 겹겹이 입고 둘러본다. 한 손에는 가이드북이, 나머지 손에는 아직 버스에 탑승 전이라 더우므로 하드 하나를 들고 빨고 있는 폼이 이제 제법 여행자 티가 나는 것 같구나. 그럼 뭐하나. 나 오늘 돌아가는데.






 


오렌지맛 폴라포와 딸기맛 바.

둘 다 별로다.생과일이나 생과일 주스 먹고 다닌 내 입맛에 인공적인 설탕과 향이 강한 하드가 맛있을 수 있겠나.

그래도 굳이 둘 중에 누가 더 별로냐고 물어보신다면 딸기맛 바가 더 별로다.

오렌지 폴라포는 시원하기라도 하지, 이건 뭐 찐득찐득하기까지 해서 식감도 우울하다.










다시 들리는 구나, 휴게소 식당.

일전에 어떤 여행자가 태국에서 먹었던 계란볶음밥 중에 여기서 먹었던 계란볶음밥이 제일 맛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볶음밥에는 역시 쌀국수가 좋은 궁합이지.

아으 좋아. 어디가나 정말 기본은 해주시는 음식들이로고.

그러나 계란볶음밥이 그렇게 아주 그냥 기맥히게 맛있지는 않더라. 딱 상상했던 맛이었다. MSG맛이 솔찬히나는 익숙함이랄까.

내 입맛에는 역시 쌀국수다.  

후루룩 후루룩 먹다보면 등줄기에 시원한 땀 한 줄기가 쭈욱 떨어지는 그 때! 그 때가 딱 좋다.











어라, 저번에는 못 본 놈이 조신하게 앉아서 얼음땡 놀이를 하며 주인에게 닭고기를 받아 먹고 있다.

하는 짓이 귀엽기도 하고 영특하기도 해서 몇 번을 불렀으나 내 쪽으로 눈길도 주지 않는다. 오로지 고기에만 관심을 보이는 목표지향적 개같으니라고. 

가만보니 이 동네 애들은 목줄에 묶인 애들이 없다.

개의 고양이화랄까, 비록 고양이처럼 몸짓이 우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마을을 온통 휘저어 다니고 있었다.

이곳이 시골이라 가능한 것이겠지. 도시에선 이런 풍경을 아마 환상이라고 부를 것이다.









어깨에 둘렀던 스웨터를 널어 빛을 차단하고 단잠을 잤다. 뻐근한 목을 좌우로 돌리며 일어나니 창 밖에는 해가 지고 있었다.

태국에서의 마지막 날이 이렇게 사라져간다.

괜시리 마음이 조급해지며 어릴 적 노래방에서 마지막 1분을 남겨두고 선곡했던 노래가 머리를 스친다.

아름다운 이땅에 금수강산에 단군할아버지가 터잡으시고 홍익인간 뜻으로 나라세우니 대대손손 훌륭한 인물도 많아. 고구려 세운 동명왕 백제 온조왕......

마법같은 노래였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1분이었지만 그 노래를 긑까지 부르면 5분은 더 버틸 수 있었다.

지금 내게는 그런 노래같은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사라져가는 해를 보며 나는 노래방을 떠올리고 있고, 남편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았다.







 


이대로 공항으로 갈 수는 없어. 우리의 일정은 끝나지 않았다.

비행기시간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으므로 쇼핑을 하기로 했다. 나 사갈 거 많거든. 후훗

와. 태국 러시아워 끝장나더만. 

시내의 도로가 주차장과 다를 바 없어서 툭툭을 탔다.

아자씨. 씨암센터로 갑시다. 빨리요!

아저씨는 젠틀한 운전솜씨를 뽐내며 시작부터 안전하게 중앙선을 추월해 앞서오는자동차와 마주보며 달리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1차에서 4차선으로 변경하기도 하고 가로등도 없는 위험한 흙길은 기본이요, 인도 주행도 서슴치 않으니 이건 뭐 법도 없고 간댕이도 없냐. 하여간 예상시간보다 10배는 빨리 쇼핑몰에 도착할 수 있어서 기뻤는데 어쩌면 우린 살아남아서 기쁜 것일지도 모른다.

간댕이 쫄아드는 줄 알았음.










 


씨암센터로 온 이유는 이곳이 짐을 맡아주는 서비스를 하기 때문이다. 원래는 현지 고객들이 편하게 쇼핑하게 하려는 의도로 시작된 서비스였다는데 맡겨진 짐들이 대부분 여행자의 캐리어들이다. 아무래도 이 서비스는 실패중인 거 같구나.

암튼간에 내 짐 잘 부탁한다. 꾸리꾸리한 속옷 양말들이 많아서 잃어버리면 나 되게 부꾸로울 거 같애.









면적은 넓고 천장은 높은 쇼핑몰이 이 근처에만 수두룩하게 많아서 인가. 우선 한국의 백화점에 비해 한산해서 좋다.

사람 많은 거 증말 싫거든.

우리나라에도 있는 명품이 즐비하고, 우리나라에도 있는 삐까 뻔쩍함이 도처에 널렸다.

이런 거 나 너무 익숙하다. 드라마에서도 되게 많이 봤어.

내가 원하는 건 태국 특산품이어서 짐톰슨에서 파우치 하나 사고 곧장 식품코너로 내려갔다.

그런데 사진보니 다시 손이 발발 떨리네. 저 핸드백을 하나 사왔어야 하는데... 

 





말린 과일과 레토르트 식품 위주로 담기 시작하고 있는데

으으으악!

저 멀리서 수백명이 사람들이 내 쪽으로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고 있다. 언뜻 저들이 바다의 해일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 무렵엔 이미 사방이 비명소리로 가득찬다.









 


뭐...뭔데? 

지진이야?

강도인가? 누가 막 칼들고 설쳐대나?

전쟁난 거야?

말도 안 통하니 물어볼 수도 없고 나도 장바구니 내 팽개치고 나도 남편 손을 잡고 무조건 출구로 뛰기 시작한다.

같이 도망쳤던 사람 중엔 경찰이 있었으니 강도나 전쟁은 아니었던 거 같고

땅의 흔들림이 없었으니 지진도 아니고

아 정말 궁금해 죽겠다.

사람들은 엉엉 울며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싣고 있고

일부 점원들도 엉엉 울며 자체적으로 피신하고 있다.

도대체 저 날 씨암센터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어디에 뭐라고 검색하면 저 날의 진상을 알 수 있을까.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뭔 일이 있었는지 모르니까 나는 다시 남편 손을 잡고 쇼핑몰로 들어갔다.

썰물처럼 사람이 빠진 쇼핑몰 안에는 내동댕이쳐진 장바구니들과 이제 막 진정을 찾아가는 점원들이 보인다.

덕분에 정말 쾌적하게 쇼핑했다.

사람이 없으니 숙숙 집어 넣고 금방 금방 계산 끝나더라.

이것 저것 산 거 대충 얘기해보면,










- 마이홍 비누 : 태국의 유명한 스파비누, 한국에서 겁내 비싸게 팔린다는 첩보를 듣고 일단 샀는데 정말 잘 샀다. 일단 향이 기가 차게 좋음. 천연 오일 맞는 거 같음. 저거로 몸도 씻고 얼굴도 씻고 다 한다. 10개쯤 사왔어야 하는 건데...난 통이 너무 작아서 탈이다.


- 기능성 치약 : 기능성 치약이 한국보다 몇 배는 싸다는 첩보를 듣고 일단 샀는데 역시 정말 잘 샀다. 다른 건 아직 안 써봤고 달리치약 쓰고 있는데 개운함이 증말 남다르다. 입 안이 상쾌하다 못해 살아나는 느낌 난다. 다 쓰면 비싼값 주고서도 사서 쓸 의향있다. 큰 곽 안에는 치약이 두 개씩 들어있어서 꽤 많이 산 편이지만, 친구랑 부모님 드리고 나니 몇 개 안 남았다. 누구 태국가는 사람 없냐. 나 치약좀 사다주라. ㅜㅜ


- 태국국물스톡 : 나 태국의 소스에 관심 많다. 혹시 아나, 저거 한 조각 넣으면 맛잇는 똠양꿍 될지? 아직 써본 것은 없다만 조만간 시도해봐야지. 남편아,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


- 레토르트 식품 : 저 위에 팟타이 세트 정말 잘 샀다. 좀 무거워서 그렇긴 한데 집에서 해먹어보니 너무 맛있드라. 밑에 태국 라면이랑 볶음밥은 아직 시도 못 해봤음. 제발 맛있었으면 좋겠는데...


- 말린 과일 : 망고는 잘 샀고, 오렌지는 별로, 메론은 안 먹어봐서 모르겠네.

 











 



이제 늦은 저녁을 먹으러 왔다. 공식적으로 태국에서의 마지막 식사다.

커리가 그렇게 유명하다는데 한 번도 못먹어 봤으니 커리 시키고, 면이 굵은 팟씨유도 한 번도 못 먹어 봤으니 시키고, 망고만 먹어대느냐 워터멜론주스도 못 먹어봤으니 시켰다.

죄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내려보고 있자니 나는 또 추책스럽게 노래방 생각이 난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 거야. 함께했던 추억은 모두 추억으로 남기고 서로 가야할 길 따라서 떠나야 해요.

결자해지와도 같은 노래였다. 이 노래를 부르면 친구의 노래타임을 실수로 꺼버린 순간이나, 내 노래인데 친구가 더 잘 불러서 속상했던 기억들이 모두 추억이란 이름으로 봉합되어 더없이 아름다운 순간으로 포장되었다. 

더 이상의 집착은 무의미하다. 이제 그만 여행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자.

음식의 맛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우리는 조용히 먹고 수완나폼 공항으로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공항에 도착하니 왕궁을 지키는 원숭이가 깔별로 서 있었다.

아 좋아.

나 사실 얘 되게 보고싶었다.

얘가 보고싶어서 왕궁을 갈까 말까 계속 생각했을 정도이다.

얘가 누구냐면, 하누만이라고 흰두신화에 나오는 원숭이 왕인데, 악령을 물리치고 시타를 구해낸 영웅이다. 태국인들은 이 신이 라마로 현신해 태국을 지켜주고 있다고 믿는단다. 그래서 왕궁에 보면 이 원숭이가 문 앞에서 부터 지키고 있다. 태국을 수호하는 것이다.

원래 신화같은 데 보면 신이 짱이고, 왕이 짱이지 않나. 그런데 이 신화는 하찮은 원숭이 따위가 영웅이 되는 엄청난 반전이 있다. 

이 반전이 놀라고 맘에 들어했던 나같은 사람들이 많았던지 이 이야기는 중국으로 건너가 서유기의 손오공으로 발전하고, 우리나라로 건너와 치키치키차카초코초코초 날아라 슈퍼보드의 손오공이 되는 아주 영향력 있는 놈으로 성장하게 된다. 뭐든 스토리가 좋으면 괜히 한 번 더 보고 싶은 법, 이번 여행에서 얘를 못봐서 아쉬운 참이었는데 마침 특별기간이라고 공항에 깔별로 전시를...

실컷보고 사진도 잔뜩 찍었다.

마지막까지 태국은 참 맘에 쏙 든다.









 

  

이제 정말로 태국을 떠나야 할 시간이다. 밥도 안 주는 거지같은 제주항공에 적응하려고 저녁도 든든히 먹고 맥주도 한 캔 땄다. 

담요도 안 주는 거지같은 제주항공에 적응하려고 옷도 두툼하게 입고 담요도 둘렀다.

5일간 매우 즐거웠고, 맛있었으므로 나는 아무 미련없이 비행기에 오르기로 한다.

언제나 다시 올까.

마음은 늘 가깝지만 늘 시간이 모자란 일상을 살다보니 기약이 없다. 대신에 태국의 따뜻한 날씨와 맛있는 음식, 그리고 이곳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그리워지면 지금 내가 쓴 포스팅을 꼼꼼히 정독하겠다. 

때론 떠나는 것만이 여행이 아니다. 

여행했던 시간들을 기억해내고 추억하는 과정도 충분히 기분 좋은 여행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까지 태국 여행 먹방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osted by 오드리 byod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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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날 씨암센터 피신 소동은 왜 그런건지 밝혀졌나요??? 완전 궁금하네용~~

    2015.04.09 03:31 [ ADDR : EDIT/ DEL : REPLY ]
  2. 사람

    캬야~!!! 참재미있어겠어요~12월달 저도 코창여행 계획인데 도움많이되네요 궁금한거 있으면 질문드릴께요~ㅎㅎㅎ

    2015.08.26 02:14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