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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3.05 [태국자유여행]공항에서 카오산까지 택시타기, 카오산로드의 야간 먹거리 (1)
집 밖/마실2015. 3. 5. 02:45



도착해보니 현지시간으로 이미 자정이 넘어가 새벽을 맞고 있었다.

비행기 운항 시간도 좀 늘어난 데다 짐 찾고 유심칩까지 끼우고 보니 아, 정말 돌아버리게 배고프군. 

도대체 나는 몇 시간을 굶은 것인가. 저녁을 굶은 데다 제주항공의 무기내식 정책 덕분에 공복시간 총 16시간을 돌파하고 있는 중이다.

머리 속에 잡념이 사라지고 오로지 카오산으로 가서 팟타이를 흡입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 그 외의 일정은 생각하기도 싫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하나의 일정을 생각하라면 카오산에서 팟타이를 먹고 로띠로 입가심하고 싶을 뿐이다.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이라 이미 지하철은 끊겼다. 선택권은 없다. 오로지 택시 뿐이다.

비록 우리가 예상한 시간보다 훨씬 늦었지만, 얼른 팟타이를 먹고자 하는 마음의 소리를 따라 부지런히 택시승강장으로 가본다.






많이 변했구나 수완나 폼. 예전에는 공항 근처에서 택시 잡아서 흥정했었는데 이제는 안 그래도 된다.

택시 승강장에서 주는 번호표를 받으면 그 곳에 지정된 택시가 표시되어 있는데, 그 택시를 타면 된다.

공항에서 타는 택시는 무조건 미터제로 하기로 법을 지정한 듯 하다. 기사가 웃돈을 요구할 일도 없고, 따라서 기분 상하거나 싸울까봐 불안해 할 일도 없어서 좋다.

수완나 폼 공항에서 카오산로드까지는 거리가 꽤 먼 편이라 고속도로를 이용한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창 밖 풍경에 태국왕의 사진이 화려하게 걸려있는 모습을 보며 혼자 또 신났던 기억이다. 태국의 왕이 아직도 건강하게 계시단 사실이 기쁘다. 우리나라 거지같은 국회의원들 목숨 다 가져가고 부디 오래오래 사시길 기원하다보니 벌써 카오산 로드 부근. 평균시속 120키로로 달려준 기사님 덕분에 정말 빨리 왔다. 

곧 카오산 로드이다.

나에게는 처녀시절 추억이 깃든 곳이며, 남편에겐 처음인 곳.

그곳은 여전히 건재할까?





건재하구나.

너무 건재해서 탈일 지경이다.

택시에서 내리자 마자 생면부지의 관광객이 우리에게 "하이~"하며 인사를 하는 통에 놀래 죽는 줄 알았다.

택시는 카오산로드 시작 부분에서 내렸는데, 우리 숙소는 카오산 로드 끝에 있으므로 시끄러운 이 길을 뚫고 지나가야 한다.

유부녀가 된 나는 앞장서서 얼빠진 채 길을 열고

아직도 정장차림의 남편은 시끄러운 풍경에 기막혀하며 지도를 본다.

유흥족의 언니 오빠들은 길거리에서 술 쳐먹고 대규모 파티를 하느냐 정신이 없고

선비족의 언니 오빠들은 낮동안 여행에 지친 다리 근육을 풀기위해 발 마사지를 받고 있다.

어느 쪽은 떼창으로 귀고막이 찢어질 거 같은데 어느 쪽은 속삭이며 하루의 일정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

각기 다른 모습이지만 하여간에 모두 즐거운 얼굴이라 우리도 금새 웃음이 돈다.





태국의 인사법이 손을 다소곳이 모으는 것이므로 맥도날드의 삐에로도 손을 모으고 있다.ㅋㅋㅋㅋ

아무리 봐도 신선하고 질리지 않다. 타국의 문화를 존중하는 맥도널드 좀 이쁘다.

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므로 옆에서 기록을 남기자.

사진을 찍고 얼른 팟타이 노점을 스캔하는데 우선 남편 옷 좀 빨리 갈아입히고 싶다. 

헐벗은 이 동네에서 홀로 겨울 바지와 와이셔츠차림..

그래, 아무리 꼭지 돌게 배고파도 일단은 숙소에 짐을 좀 풀자.




 

짐 풀고 대충 헐벗은 차림으로 급히 팟타이 노점을 찾았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스캔해두었으므로 곰방 찾았음.

팟타이는 각종 쌀국수를 야채와 소스로 볶아낸 다음 피시소스와 땅콩분태, 라임즙을 뿌려 먹는 음식인데

내 입맛에는 이렇게 길거리서 사 먹는 음식보다 맛있는 팟타이는 먹어본 역사가 없다.

이곳보다 맛도 없으면서 한국에서 만원 ~ 이만원 정도를 내고 사 먹었던 수많은 나날..

그 날들을 보내며 나는 얼마나 이곳을 그리워 했던가.

이제 나는 보상을 받을 시간이다.

"원 에그 치킨 팟타이, 원 스프링 롱 플리즈"

주문이 끝나자 마자 철판에 쌓여 있는 면이 끊기고 야채가 볶아지며 삽시간에 한 접시 가득한 팟타이가 내게 건내진다.





"여보 이게 바로 내가 수 십번도 더 얘기 했던 팟타이야"

나는 숭고한 마음으로 남편에게 팟타이를 보여줬다. 

원래 천성이 오버를 잘하는 마누라를 둔 덕에 남편은 별 감흥없이 젓가락을 집어 팟타이를 먹기 시작했는데

ㅋㅋㅋㅋㅋㅋ

한 입 먹고 남편의 눈이 똥그래지며 계속 퍼먹던 그 모습이 잊히질 않는다.

그래, 여보. 바로 이 맛이야.

면은 짭짤하며 달큰하고

숙주의 아삭거림이 입 안을 경쾌하게 하지.

각종 채소들도 적당히 숨이 죽어 입 안에 촥촥 감기고

피시소스는 맛의 깊이를 돋궈줘.

칠리 파우더는 감칠맛을 돌게 하고

초절임 고추는 피클보다 더 상큼하며 깔끔해.

땅콩 분태는 넉넉하게 뿌릴 수록 좋아.

전체적으로 고소하게 만들어.

무엇보다 놀라운 건 이 모든 맛들이 어쩜 이렇게 잘 어우러지냐는 거야.

이건 정말 놀라운 맛이지.

우린 팟타이를 먹으며 말 없이 행복했다.

"스프링 롤을 먹어보자"

"응응응"

남편의 말과 동시에 각자의 젓가락으로 잘려진 스프링롤을 집어든다.

우리 돈으로 삼백 오십원 가량 되는 스프링롤은 크기가 제법 컸다. 바삭한 한국식 스프링롤과 달리 쫀득한 맛이 살아있었고, 스위트 칠리 소스와 굉장히 잘 어울렸다.

"아 죽인다."

"응. 진짜 맛있다"

"아- 행복해"

이런 말만 계속 되풀이 하며 바쁘게 먹었다.

 





이런 음식을 두고 맥주를 마시지 않는 다는 것은 죄악이야.

길거리에서 맥주 두 병 데려왔다.

역시 태국에선 창비어지.

그런데 맥주 한병이 팟타이보다 비싸다.

태국은 전반적으로 술이 비싼 나라니까. 

불교나 흰두교 국가를 여행하다보면 술이 비싼 것을 확인 할 수 있는데 왜지?

정작 술을 금기하는 것은 기독교 국가의 윤리관인데

왜 너네들이 금기하고 있는 것인지.

12시가 넘으면 주류판매도 불법이라서 편의점에 가도 술을 안 준다. 그런데 카오산로드는 경찰 피해서 불법으로 저렇게 길거리서 팔고 있는 상황. 팔아주셔서 고맙습니다. ㅋㅋ






얼굴표정이 당시 나의 행복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저 지저분한 길거리에 앉아서 먹는 팟타이

모르는 사람은 저 짓을 왜 하고 있냐고 물어볼 수도 있지만

먹어보면 내 맘 다 알게 됩니다.





그것은 순식간의 일이다.

접시에 가득 담긴 음식들은 금새 비워지고 접시는 바닥을 드러냈다.

배는 차오르지만

그간 그리웠던 음식들을 보상받는 마음으로 먹어대고 있던 우리는 만족할 줄을 모른다.

"이제는 로띠를 먹을 거야"

마치 하나의 코스요리라도 되는 양 나는 남편을 끌고 로띠집을 찾았다.





어라... 저 아저씨..

저 친근한 미소, 우아한 손놀림.

저번에 여행할 적에도 저 아저씨에게 먹은 거 같은데...?

"허니 로띠 플리즈"

주문과 동시에 아저씨, 슉슉슉 만들기 시작하신다.







로띠는 태국식 팬케익으로, 얇은 도우를 달궈진 팬에올리고 그 위에 바나나를 썰어 올린 후 도우를 접어 먹는 음식이다. 

바나나를 썰어 올리는 동안 얇은 도우는 기름에 튀겨지면서 과자처럼 바삭바삭하게 되는데, 도우를 우리네 보자기 싸는 방식처럼 접어 뒤집어서 살짝 튀겨낸 후 각종 잘콤한 시럽을 뿌려 완성한다.

과자처럼 바삭해진 도우와 뜨겁고도 부드러운 바나나의 과육의 식감은 입 안에서 신기할 수 밖에 없다.

바삭함과 부드러움이 입 안에서 같이 공존하다가 달콤한 꿀이나 초콜릿이 기분을 정신없이 좋아지게 만든다.

"연유도 뿌려줄까?"라고 물어보는데, 꼭 뿌려달라고 해야 한다.

도우와 바나나의 풍미가 연유로 인해 확 살아난다.

팟타이와 더불어 태국의 길거리 음식의 1위를 다투는 메뉴이다.

로띠까지 먹고 나니 비로소 오늘의 일정을 다 소화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부턴 뭐가 어떻게 되었든 좋아, 라는 마음가짐으로 남편과 손을 잡고 카오산 로드를 비척비척 걸어보기 시작한다.




 


걷다가 발견한 한치구이.

저 위에 숫자들은 한치의 크기에 따라 붙여진가격이다. 우리는 배가 너무 불렀지만, 30밧짜리 작은 놈으로 부탁했다.

숯 위에 한치를 굽고 기계에 넣어 늘리고, 굽고 늘리고를 반복하면 맨 아래와 같은 길쭉한 한치구이가 완성이 되었다.

타지않게 잘 구워졌다만, 왜 한치를 이렇게 늘리는 거지?

먹어보고 이유를 알았다.

늘어난 조직 사이사이에 숲내가 배여서...

하아.. 맛이 없을 수가 없다.

한 개 더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날은 많고, 음식은 더 많을 것이란 생각으로 발길 돌렸다.





닭꼬치 구이.

양념 발라가매 굽는데, 역시 숯이야!

숯 위에 닭고기 익어가는 냄새 도저히 피할 수가 없었다.

다섯 개만 주세요!

숯불에 구운 닭꼬치를 어떻게 피할 수 있었겠나.

배가 터져도 먹어야 한다.





결국 우리는 길거리에서 계속 먹어댔고, 마셔댔고

쿵짝 쿵짝 흐르는 음악에 몸을 맞긴 채 맥주병을 들고 취해갔다.

기억이 맞다면, 새벽 4시까지 그랬다. 

카오산로드의 유흥족들의 떼창도 시시하게 저물어가는 시간이었다.

 

Posted by 오드리 byod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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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카오산로드의 팟타이와 맥주는 언제나옳죠!!!! ㅠ ㅜ

    2015.03.05 05:27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