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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5.28 [에세이]북세통(북으로 세상과 통하다)
집 안/서재2015.05.28 06:16

내가 책을 무척 좋아하니 당연하게도 책 좋아하는 사람을 알게되면 기쁘다. 이건 그저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입장에서의 기쁨을 가뿐히 넘어선다. 왜냐하면 요즘은 아무도 책을 읽지 않으니까. 

책을 꼭 읽어야 한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책보다 더 재밌고 유용한 정보가 도처에 널렸으니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책을 읽는 것보다 인터넷 검색력을 키우는 게 더 나을 것이란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왔다. 그럼에도 나는 책을 읽는 사람이 좋다. 이건 그냥 내가 설악산보다 지리산을 더 좋아하는 이유같은 거다. 오로지 개인적인 성향이라는 거다. 좀 불만이라면 내 주위 사람들이 모두 지리산보다 설악산을 좋아해서 나홀로 지리산을 등반해야 한다는 것? 뭐든 같이 해야 제 맛인데 혼자서 책을 읽자니 참 쓸쓸하고 적적한 삶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적적한 삶을 이어오던 어느날 나는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주황의 바탕색에 검은 고딕체로 크게 박힌 책 이름 <북세통>

북으로 세상과 통하다,의 약자로 살짝 유행이 지난 듯 한 언어유희지만 호기심을 잔뜩 자극했더랬다.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15분)'의 느낌이 난달까. 

그리고 그 위에 아로이 새겨진 공자님 말씀,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

공부하자는 얘기네. 책으로.

작가는 개그맨 최형만, 예전에 도올 김영옥의 성대모사를 찰지게 했던 개그맨이다. 개그맨이 무슨 책과 관련된 책인가 싶다가 더럭 겁부터 난다. 다년간 책을 읽어온 결과 대부분 작가가 아닌 사람이 책을 내는 경우는 자신의 홍보수단으로 점철되어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 특유의 진정성 결여에 대한 부분으로 읽으면서도 괴롭기 그지 없던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 책은 그야말로 책에 대한 책이 아닌가. 도대체 이 양반이 어떤 양반이길래 책에 대한 책을 낼 수 있나 싶어서 추천사부터 읽어보니 보통 책덕후가 아니라는 증언이 줄줄이 쏟아져 나온다. 

아, 다행이다. 책덕후가 쓴 책에 대한 책이라니- 

나 살짝 설레고 있다.

하악 하악-


책의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저자가 책을 너무너무 사랑하는게 티가 팍팍나서 내내 기분이 좋다. 아침 일찍 도서관으로 출근하여 밤 늦게까지 책을 보는 저자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언제 이렇게 날이 어두워졌지? 내일은 오늘 읽다 만 책을 마저 읽고 그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자, 그렇게 다짐을 하며 달밤에 홀린 듯 도서관을 나왔겠지. 그리고 집에 도착해 씻는 동안 아까 읽었던 내용을 상기하며 좋았던 문장들을 생각해내느라 머리속이 바쁜 것이다. 

책은 그런 책 읽기의 일상을 살아낸 저자의 짧은 생각들을 한데 모은 것이다. 책 읽기의 중요성 뿐 아니라 방법론에 대해서도 접근하고 있다. 다양한 예시와 사례가 많아서 지루하지 않고 책 읽기를 통해 얻은 저자의 지혜와 연륜이 더해져 빨려들어가는 점도 분명하게 있었다. 

특히 저자가 오랜 무명시절을 힘들게 보내고 있던 중에 도서관에 출근하여 꾸준히 책을 읽었던 덕에 도올 김용옥이란 캐릭터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이야기와 잘 나가는 동료나 후배 개그맨들을 보며 자학하고 있을 때 택에서 지혜를 찾았던 일화는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랬다고 나가도 너무 나간 건 아닌지. 

40개의 에세이의 내용이 모두 기승전책으로 이뤄져있어서 읽다가 맥빠지게 만든다. 그 중 어떤 부분은 전형적이 답정책의 논리로

어제 밥이 맛있었다. 오늘 밥도 맛있었다. 그러므로 책을 읽어야 한다.

와 같은 말도 안되는 논리를 펴는 부분도 있었다.

이건 뭐 책 읽기로 지구도 구할 기세다. 책만 있으면 사람의 인생은 거의 별빛이 내린다 사랼랄라 수준이다.

책에 등장하는 잡다한 지식과 상식은 실생활에서 소위 이빨 털기 좋을 것들이 많아 언뜻 유용하기도 하겠고 책 읽기의 초보자나 언뜻 연령이 높은 분들이 보기엔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본인의 인생이 책 읽기로 구원받았다고 해서 남들도 같을 거란 생각을 한다는 것은 위험하지 않겠는가. 책 읽기를 즐겨해서 망친 인생도 의외로 많다. 대표적으로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만해도 ㅜㅜ

그들을 위해 조금은 중립적으로 글을 쓰면 안 됐는지 좀 아쉬움이 남는다.










두께는 이 정도, 살짝 무거운 재질이다.

여러개의 챕터로 나뉘어져 있고 그것들의 주장이 모두 '책을 읽읍시다'로 통일되어 있는 관계로 한번에 주욱 읽기 보다는 화장실이나 침실같은 곳에 비치해두고 생각 날 때 마다 집어들고 읽는 것을 추천한다.






책에서 가장 와닿았던 한 줄.

<대추조차 붉어지기 위해 자신 안에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그리고 벼락 몇 개를 담아야 한다>

책에는 이런 내용들이 가득 열려있다. 잘만 따 먹으면 살면서 이빨 털기 더없이 훌륭한 문구들을 많이 수확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부디 많이 수확하여 평상시에 좀 있어보이는 사람으로 거듭나길 빈다. 

끝으로 저자의 출판기념 강연 포스팅을 올리고 마치려고 했는데............헐, 오늘 이었네 -_-

추후에 다른 포스팅이 올라오겠지. 관심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시길.

아무래도 본업이 개그맨인데 책보다 강연이 더 꿀잼이겠지. 참석하진 못했지만 분명 재밌었으리라 짐작하며 오늘 포스팅 마치겠다.




http://blog.naver.com/vegabooks/220356104533



  





북세통(북으로 세상과 통하다)

저자
최형만 지음
출판사
베가북스 | 2015-04-28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개그맨, 방송인, 스타 강사, 매일매일 진화하는 방송인 최형만,...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해당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이 출판사는 어찌나 대인배인지 저더러 마음껏 솔직하게 써도 된다고 해놓고(덕분에 책을 마음껏 비판했습니다) 별다른 태그도 요구하지 않으셨습니다. 요즘 세상에 이런 기업이 어딨습니까. 그런데 저는 한 줄의 강연 홍보조자 제대로 못한 죄인입니다. 베가북스 출판사 이름 기억해줬다가 꼭 유료구매로 보답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Posted by 오드리 byod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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